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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인상 요청한 정부, 난색 보인 재계

임금 인상 요청한 정부, 난색 보인 재계

입력 2015-03-13 15:11
업데이트 2015-03-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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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저임금위원회 결정 존중 강조재계 “최저임금, 장기 계획 속에 추진해야”

정부의 공식적인 임금 인상 요청에 재계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제부문 장관들과 경제5단체장의 13일 오찬 간담회는 임금 인상을 강조하고 나선 정부가 재계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진작으로 경기침체의 돌파구를 찾아야 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상대로 임금 인상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적절한 수준’이라는 표현을 동원하면서까지 재계에 임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경제5단체장들은 사실상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최 부총리가 제기한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론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기업의 자발적인 임금 인상 유도책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과 관련해선 정부 측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재계가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해, 큰 폭의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놨다.

◇ 경기회복 신호 미약 속 임금 인상 유도책 동원

최 부총리가 경제5단체장에게 직접 임금 인상을 요청한 것은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 취임 이후 펼친 확장적 재정정책을 포함한 각종 경기 부양책에도 경기 회복의 신호는 미약했다.

1월 들어서는 생산, 소비, 수출 등 대부분 지표가 뒷걸음질쳤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마이너스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됐다.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소득 증진과 관련한 신호도 좋지 않았다. 재계 ‘맏형’인 삼성전자가 지난달 6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기로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임금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강연에서 “임금을 올려야 내수가 산다”고 직접적으로 기업의 임금 인상을 압박했다.

임금 인상으로 소비를 촉진해 내수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며 최저임금 인상론에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론은 야당이 맞장구를 치는 등 정치권과 노동계로 논의가 옮겨붙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 부총리의 강연 다음날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안의 범위에서 조정할 것을 회원사들에 권고해 정부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최 부총리가 이런 상황에서 경제5단체장과의 오찬 자리를 마련해 임금 인상을 강조했다.

◇ 최경환 “적정 수준 임금 인상해야 소비 회복”

최 부총리는 예상대로 임금 인상을 강조했다. 그는 “가급적 적정 수준의 임금을 인상해 소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이 당장 임금 인상이 어렵다면 협력업체에 적정한 대가를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경영환경 악화를 호소하며 임금 인상에 손사래를 치는 재계의 사정을 감안해 압박의 강도를 다소 조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노사정이 노동시장 구조개선 대타협안 도출을 위해 막판 조율에 나서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재계 측의 양보를 당부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제계에서도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3∼4월에 구조개혁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특히 공무원 연금 개혁과 함께 노사정 대타협의 우선적인 해결을 강조해온 만큼, 경제계가 이에 적극 협조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측은 간담회에서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재계의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기재부 정은보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노사가 같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경상임금과 소득재분배기능을 반영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원칙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납득했다”고 설명했다.

◇ 재계 “임금 하방경직성 고려해야”…최저임금 대폭 인상 반대

경제단체장들은 임금인상 문제와 관련해 역시나 쉽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고용과 임금 간의 트레이드오프 관계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부총리께서도 앞으로 과제를 말씀하시면서 청년 취업을 가장 먼저 얘기하는 등 고용을 먼저 거론하셨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오프란 두 개의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희생되는 관계를 뜻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임금 인상과 가계소득 증대 정책에 공감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취지에 대해 공감대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최저임금 문제는 경제구조와 소득구조 고려해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갖고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경총은 노동생산성·유사근로자 임금수준·생계비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요인이 없고, 영세·중소기업의 생존과 근로자 고용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을 펼쳐왔다.

2001∼2013년까지 최저임금은 연평균 8.9%씩 올라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2.9%)의 3배가 넘고, 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은 4.7%에 불과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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