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재벌 사외이사 341명 중 반대 목소리 단 2명

10대재벌 사외이사 341명 중 반대 목소리 단 2명

입력 2014-03-17 06:00
수정 2014-03-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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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출신이나 교수들 ‘용돈벌이’ 자리로 전락 사외이사들 “반대 목소리 내년 재선임 과정서 탈락”’거수기’ 덫에 걸린 사외이사…선임 시스템 바꿔야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사외이사 제도가 국내에 도입됐지만 그 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

10대 그룹 사외이사 341명 중 작년 한 해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이사회에서 경영진을 상대로 반대 목소리를 낸 인사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재벌 그룹들은 올해도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력기관 및 그룹 관계자 출신 사외이사들을 무더기로 선임했거나 할 예정이다.

일부 그룹에선 경제민주화 압박에 맞서기 위해 ‘방패막이용’ 인사 영입에 예년보다 더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 ‘경영진 아군’으로 채워진 사외이사들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행태를 보이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선임 과정이다.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입맛대로 사외이사를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이 문제란 것이다.

사외이사 후보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추천하게 되는데 사추위원은 절반 이상만 사외이사로 채우면 된다.

나머지 절반은 경영진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인 만큼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렵다.

17일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해당 기업에 법무자문을 하는 법무법인 대표 또는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견제는 커녕 오히려 경영진에 우호적인 세력이 이사회에 들어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문제는 사외이사로 추천되는 저명인사들의 인식에 있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변호사는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투자를 결정하고, 회사의 흥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임에도 고위직에서 은퇴한 뒤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용돈벌이’ 정도로 인식하다보니 사추위원인 사외이사들끼리 서로 추천해 재선임을 돕는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낮은 이사회 참석률도 문제다.

예컨대 작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사실상 해체된 동양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양은 2012년 48차례나 이사회를 열었는데 이중 18차례(37.5%)는 사외이사 전원이 불참했다.

수년 전부터 그룹 경영이 악화일로를 걸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 심지어 일부 회사에선 사외이사들이 사측에 도장을 맡겨놓는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 사외이사들 “제대로 할 방법이 없다” 항변

사외이사들 입장에서도 항변할 부분이 있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제대로 일을 하려고 해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사외이사가 거수기가 아닌 이사회 구성원이자 기업 내부인사로 제 역할을 하려면 중요한 경영정보를 정기적이고 구체적으로 제때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외이사 대다수는 이사회 개최 1주일 전에야 정보를 제공받는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은 보통 본업을 갖고 있어서 이사회 안건 검토에 충분히 시간을 들이기 힘들고, 기업들도 정보제공에 소극적”이라며 “결국 경영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경영진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윤진수 연구원은 “재선임을 고려하면 반대를 계속했다가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며 “그래서 책임지지 못할 말은 아예 잘 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안으로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공동 운영하는 사외이사 인력뱅크 등 객관적 제3자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되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도록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제도적 규제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다는 반론이 나온다.

주주운동 컨설팅업체 네비스탁의 엄상열 연구원은 “기업의 자율성도 보전돼야 할 가치”라면서 “최대주주가 압도적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한 기관과 개인투자자가 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경영진의 전횡과 불성실한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전 규율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적당한 사전규율과 감독당국의 사후규율이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립적이지 못한 사외이사가 엉뚱한 결론을 냈을 때 책임을 묻는 장치를 찾아야 한다”면서 “여러 규율간의 체계적 합리성을 높이고 (견제) 장치가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감독당국과 법원의 태도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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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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