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들, ‘피해 눈덩이’…출로없는 절벽

개성공단 기업들, ‘피해 눈덩이’…출로없는 절벽

입력 2013-04-29 00:00
업데이트 2013-04-2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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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배상 ‘막막’ㆍ거래처와 단절ㆍ직원 감축ㆍ신용 하락ㆍ협력업체 추가 피해 연 20억매출사, 24억7천만 배상해야…정부에 피해보전 요청할 듯

개성공단에 입주한 의류업체 M사는 최근 거래처로부터 60억∼70억원에 달하는 피해배상 견적을 받았다.

공단에 쌓여 있는 원부자재와 완제품, 판매 손실에 따른 피해 등을 추산한 것으로 아직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M사가 고스란히 물어내야 할 금액이다.

그나마 거래처가 피해액을 제품 판매가가 아닌 생산가 기준으로 산정해준 덕분에 금액이 4분의 1로 줄었다.

M사 대표는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거래처에 배상금액을 포함해 지금까지 발생한 피해가 110억원”이라며 “공장건물, 설비와 최초 투자비는 넣지도 않았으며 조속히 공단이 정상화하지 않으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하나뿐인 공장인 안 돌아가니 전 직원 30여명이 휴직 상태이지만 당장 나가라고 할 수도 없어 월급을 겨우 주고 있다”며 “우리와 같이 공단에 올인한 업체 중에는 인건비라도 줄이려고 인원을 축소한 곳도 있다”고 전했다.

남아있던 주재원이 모두 철수하고 공단이 장기간 폐쇄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원청업체의 입주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압박이 시작되고 있다.

더욱이 개성공단이 유일한 생산지였던 업체들은 일감마저 끊겨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의류업체 H사는 최근 OEM 계약을 맺은 거래처로부터 공단에 남아있는 원부자재와 완제품 현황 파악을 요구하는 팩스를 받았다.

아직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공단에 남겨둔 완제품 2만장과 반제품 10만장 등 100억원 상당을 물어줘야 할 것으로 이 업체는 판단하고 있다.

H사 대표는 “지금은 여론 때문에 민감한 시기라 클레임(배상청구)이 없지만 5월에 들어서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10여 곳이었던 거래처들과는 공장라인이 멈춘 순간 관계가 자동으로 끊겼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 중에는 정부가 주재원 완전철수를 발표한 지난주 거래처 1곳으로부터 24억7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는 연매출이 20억원에 불과하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생산가 기준으로 피해를 산정할 경우 원자재와 임가공업체가 받는 공임 정도에 그치겠지만 원청업체가 판매가 기준으로 배상을 요구하면 피해액이 4∼5배로 불어난다”고 말했다.

특히 입주기업들에 부자재 등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도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공단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5천여 곳으로 대부분 공단에만 납품하는 영세업체라 이들 업체 직원 수만명이 실업자로 내몰릴 처지다.

삼덕통상에 8년째 상자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최모(56) 사장은 “유일하게 거래하던 업체 라인이 중단돼 우리도 일감이 70∼80% 떨어졌다”며 “입주기업들은 경협보험이라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어떤 지원이 있을지 몰라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현재 123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공단 폐쇄로 인한 피해사례와 금액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구체적인 피해보전 대책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재권 협회 회장은 “정부가 피해금액으로 발표한 1조원은 초기 투자액에 한정된 것으로 거래처의 배상 청구와 신용도 하락, 협력업체 피해까지 집계하면 수조원을 훨씬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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