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벤처기업 투자 ‘잭팟’…수익률 2천900%
부실기업이던 현대건설 등이 정상화한 덕분에 보유지분 매각에 나서 수조 원 규모의 차익을 챙긴 것이다.
올해보다 은행권 순이익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내년에는 하이닉스가 1조800억원대의 차익을 예고하고 있다.
은행권 ‘대박행진’의 첫 출발은 현대건설이었다. 채권은행들은 현대건설 지분 26.6%(3천100만주)를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해 약 6배의 차익을 거뒀다.
주당 매각 단가가 12만7천원, 주당 취득가격이 2만원 아래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추산이 나온다.
올해 2분기 특별이익으로 각 은행 재무제표에 반영된 채권단 현대건설 지분 매각차익 총액은 세전 3조2천억원이다. 올해 은행권 전체 추정 순이익 16조원의 20% 수준이다.
채권은행들은 2001년 1차 부도를 맞는 등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출자전환 이후 10년간 현대건설을 관리해왔다. 휴지로 전락할 뻔했던 주식이 채권단의 손을 거치면서 금덩이로 바뀐 것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19일 “수치상으로만 보면 엄청난 수익이지만 지난 10년간 투입된 노력과 다른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 매각 차익은 2012년 은행권 순이익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권 순이익이 올해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하이닉스 채권단 보유 지분(구주)의 절반인 4천425만주와 하이닉스가 제삼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할 신주 1억185만주를 모두 3조4천266억7천500만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매각가는 주당 2만4천500원이다. 9개 채권금융기관은 모두 1조841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내년 1분기 중 손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년 은행권 이익 감소폭을 약 2%포인트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이 보유 지분의 남은 절반(지분율 7.5%)마저 매각하면 금융권의 하이닉스 매각차익 총액은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채권단은 잔여 지분 매각 논의를 SK텔레콤과 주식 양수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재개하기로 했다.
2001년 채권단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갈 때만 해도 ‘미운 오리새’였던 하이닉스 주식이 ‘백조’로 거듭났다.
최근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 주당 1만1천900원에 외환은행 지분을 팔기로 하는 매각가 재협상을 마치자 수출입은행은 뒤에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외환은행 지분 6.25%(4천31만4천387주)를 보유해 론스타에 이어 2대 주주인 수출입은행이 ‘태그얼롱(Tag Along)’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태그얼롱은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지분을 사들여 달라고 매수자에게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수출입은행이 1만1천900원에 태그얼롱을 행사하면 매각대금은 4천797억원, 매각차익은 592억원에 달한다. 지분 인수 당시 ‘잠재적 부실은행’이었던 외환은행이 정상화됐기에 가능했다.
수출입은행은 오는 20일께 이사회를 열어 태그얼롱 행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액은 많지 않지만 ‘수익률 킹(king)’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하유미팩’으로 유명한 제닉의 교환사채를 상장 전인 2005년부터 보유해오다 중도에 보통주로 전환했다. 취득단가는 1천388원이다.
산업은행은 보유주식 약 90만주의 일부인 63만주를 상장 후인 지난 8월 장내에서 주당 4만1천700원(총 262억원)에 처분했다. 수익률 2천900%라는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책은행으로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다. 나머지 수십 군데는 원금을 까먹는 게 다반사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부실기업에 투자한 은행들이 항상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쪽박 기업은 대우자동차와 동아건설 등이다. 이들 기업은 2000년대 초반 워크아웃 도중 최종 부도 처리돼 헐값에 매각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