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side] 치솟는 물가 속 직장인 점심값 부담 덜어주는 ‘착한 가게’

[Weekend inside] 치솟는 물가 속 직장인 점심값 부담 덜어주는 ‘착한 가게’

입력 2011-08-20 00:00
수정 2011-08-2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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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한 그릇 2500원에 드세요”

“자장면 한 그릇에 2500원이라고.” 자고 나면 오르는 밥값 속에도 ‘착한 가격’으로 손님을 끌어모으는 곳이 있다. ‘혹시 싸구려 재료를 사용하지 않을까.’ ‘양이 적거나 반찬을 적게 주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똑같은 재료를 쓰고, 같은 맛으로 푸짐하게 한 끼 식사를 선사하는 착한 가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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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한 중국음식점 앞에 내건 음식가격표(위). 자장면 값은 마치 1990년대 중반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식당에 붙어 있는 메뉴판(아래). 다른 식당에 견줘 음식값이 파격적으로 싸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19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한 중국음식점 앞에 내건 음식가격표(위). 자장면 값은 마치 1990년대 중반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식당에 붙어 있는 메뉴판(아래). 다른 식당에 견줘 음식값이 파격적으로 싸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분식집 뜰마루. 탑골공원 정문 건너편에 위치한 이 식당은 주변에 대형 영어학원 등이 있어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직장인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다.

이 식당은 김밥 한 줄에 1500원을 받는다. 가장 인기 있는 돈가스는 4000원,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등 백반류도 4000원이다. 근처의 다른 식당보다 2000~3000원 저렴한 것이다.

●근처 식당보다 3000원 정도 저렴

이 식당의 단골인 최형운(32)씨는 “여기 돈가스를 좋아한다. 수제 돈가스라 맛도 좋고 다른 식당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값이 싸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5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하중목 사장은 “솔직히 음식값 인상 요인은 꾸준히 있었다.”고 털어놨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돈가스의 경우 주재료인 돼지고기 값이 많이 올랐고, 채소 값도 계속 상승했단다. 또 가스요금과 인건비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하 사장은 “10%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음식값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식당에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 불경기라 취업도 어려운데 나도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돈을 올려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나가면 충분히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선 원가절감의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단다. 청량리 대조시장에서 하 사장이 식재료를 직접 고른다. 같은 야채라도 발품을 팔면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하 사장 부부가 직접 홀서빙을 한다.

이런 입소문이 나면서 원가상승 속에도 매출이 꾸준히 올랐다. 하루 판매하는 김밥만 250~300줄. 수익도 조금씩 오른다고 귀띔했다.

종로구 숭인동의 또 다른 ‘착한 가게’인 만리성. 이 식당의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2500원이다.

9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김인수 사장은 3년 전 자장면 값을 500원 인상한 게 전부다. 이 식당의 성공 비결은 박리다매 전략에, 히트메뉴를 만든 게 결정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중국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인 탕수육에 자장면과 짬뽕, 볶음밥을 각각 결합해 단돈 4500원만 받는다. 양은 성인 남성이 먹기에도 배부를 정도로 푸짐하다.

김 사장은 “하루평균 판매하는 자장면만 400그릇”이라면서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판매하니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온다. 지금도 꾸준히 손님 숫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니 재료를 대량으로 주문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케첩, 식용유, 전분 등 건자재를 거래하는 업체에서 우리가 대형할인매장 다음으로 많은 양의 재료를 구입해 가격 흥정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종로구 등 15개 자치구에서 1385개 업소를 ‘가격안정 모범업소’(착한 가게)로 지정했다. 그런 뒤 이 착한 가게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운대선 국수 한 그릇 1500원

부산의 경우 해운대 신시가지가 착한 가게의 중심지다. 이곳에서는 5개월 전쯤 한 그릇에 1500원인 국수집 하나가 들어선 후 박리다매형 가게들이 잇따라 간판을 내걸고 있다.

경남 창원시도 착한 가게 63곳을 선정해 지난 4일 발표했다. 세탁소와 이·미용업소 등 다양한 업종을 선정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착한 가게 확산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했다. 지역에 따라 쓰레기봉투값을 일부 지원하거나 행정적 혜택을 주기도 한다.

서울시와 더불어 기획재정부도 물가안정 모범업소를 선정하는 인증제도를 도입해 대출금리 혜택 등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먹고살기 힘든 때에 착한 가게가 많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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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기자 kjh@seoul.co.kr
2011-08-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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