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는데 대출 늘고…정부 어쩌나

금리 오르는데 대출 늘고…정부 어쩌나

입력 2010-12-20 00:00
수정 2010-12-2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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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가계 빚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집값이 꿈틀대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상황까지 맞물려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자칫 주식시장 과열과 더불어 자산가격이 불안정해지는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구조가 여전히 금리 변동에 취약하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 부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출 총량관리’ 등의 대책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출금리 ‘껑충’..주택대출도 급증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달 들어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렸다. 우선 시장금리 변동에 민감한 고정금리형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일까지 연 4.88~6.18%를 적용하던 3년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지난주 4.96~6.26%로 올린 데 이어 이번주에는 5.12~6.42%로 또 올렸다. 보름 새 0.24%포인트가 오른 셈이다.

신한은행도 지난주 같은 상품의 대출금리를 1주일만에 0.20%포인트 올렸으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이 기간 오름 폭이 0.09%포인트와 0.05%포인트로 집계됐다.

대출 수요가 많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름세다. 은행들은 이번달 신규 코픽스 금리를 0.09%포인트 인상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대출 규모도 빠른 속도로 커지는 모습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281조9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9천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던 지난해 7월의 3조4천억원 이후 16개월 만에 최대다.

이번 달 들어서도 지난 16일까지 신한은행(2천213억원), 우리은행(1천266억원), 국민은행(1천32억원), 하나은행(831억원) 등 4대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약 5천억원 가까이 늘었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은행권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중 증가 폭은 2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

서울대 김인준 금융경제연구원장은 “앞으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도전과제는 가계 부채일 것”이라며 “한쪽으로는 부동산 시장, 다른 한쪽으로는 금융회사 건전성과 직결된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을 예방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비용 증가..대출금리 추가 상승

문제는 앞으로도 금리 상승세와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대출금리 책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금융회사가 발행한 채권) 금리가 뛰는 데다 예금 금리마저 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변수다. 이러한 요인들은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늘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3년 만기 금융채 금리는 지난달 말 3.60%에서 이번 달 14일 3.84%, 15일 3.94%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시장 금리의 상승세 속에 금융채 금리도 오르면서 결국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예상돼 현재 3%대 초반인 3년물 국고채 금리가 3%대 후반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근 시장 금리의 오름세를 반영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조정했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더해지면 대출 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금리도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70%로 지난주 초보다 0.10%포인트 올랐으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3.75%와 3.70%로 10월 하순보다 0.30%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집값의 반등 조짐, 은행의 외형 확대 경쟁 등과 맞물려 내년에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7일 한은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앞으로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 이와 관련한 주택담보대출의 추이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은행 간 대출 경쟁이 심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대출 억제책 추진..전문가들 ‘갸우뚱’

정부도 최근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금리 상승세에 주목해 여러가지 대책을 모색 중이다. 금리 상승기의 가계 빚 증가는 경제의 큰 불안 요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이 실물경제 성장속도보다 빠르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치는 내놓지 않았지만 가계부채 증가율이 경상 성장률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일종의 ‘총량 관리’를 하겠다는 셈.

정부는 대출금리 변동폭을 일정 수준에서 제한하는 ‘금리 캡(Cap)’ 상품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은행권과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정부가 총량 규제로 개별 은행의 영업에 간섭하는 방식은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금리 상승 폭을 제한하는 상품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시장 경제에서 은행의 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게 올바른 방법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직원은 “금리 캡 상품은 은행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지금도 일부 그런 상품이 있지만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한은법상 통화가 ‘급격히 팽창’할 때 금융회사의 대출 최고한도를 규제하는 권한을 금융통화위원회가 행사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이 큰 골격만 제시돼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세부 계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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