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20돌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20돌

입력 2010-03-02 00:00
수정 201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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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 웃고/당신이 반 웃고/아기 낳으면…

‘내가 반 웃고/당신이 반 웃고/아기 낳으면/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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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은 1일 장석남 시인의 ‘그리운 시냇가’에서 발췌한 글토막을 61번째로 본사 건물 외벽에 내걸었다. 서로 배려하며 조화로운 삶을 사는 시냇가 옛 마을의 모습을 묘사한 구절이다.

서울 광화문 거리의 명물로 자리잡은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이 올해로 스무돌을 맞았다. 광화문 글판은 1991년 1월 교보생명 신용호 창립자가 제안해 시작됐다. 첫 글귀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는 격언이었다. 이후 1년에 4차례씩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글귀들이 선보였는데, 초기에는 계몽적인 구호가 많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쳐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1998년 봄 고은 시인의 ‘낯선 곳’에서 따온 ‘떠나라 낯선 곳으로/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라는 문안이 실리면서부터 광화문 글판이 시민들의 마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해 겨울에 실린 고은 시인의 ‘모여서 숲이 된다/나무 하나하나 죽이지 않고 숲이 된다/그 숲의 시절로 우리는 간다’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광화문 글판은 2007년에는 사람이 아닌데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이름을 올렸고, 2008년에는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하는 ‘우리말 사랑꾼’에 선정되기도 했다.

광화문 글판 문안은 소설가 은희경씨 등으로 구성된 문안선정위원회에서 정한다. 가장 많이 인용된 작가는 7차례 실린 고은 시인이고 이어 김용택 시인 3편, 도종환·정호승·정현종 시인 2편씩이다. 교보생명은 강남 교보타워, 천안 계성원(교보생명 연수원), 대전·부산·광주·제주 사옥 등 7개 지역에서 글판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오른 문구는 ‘광화문 글판 블로그(blog.naver.com/kyobogulpan)’ 에서 볼 수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0-03-0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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