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금호 형제경영 막내리다

‘형제의 난’ 금호 형제경영 막내리다

입력 2009-07-29 00:00
수정 2009-07-2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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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기업, 500년 영속기업을 만들겠다는 약속에 누를 끼쳐 죄송합니다.”

28일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기자회견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항공·석유화학·유통·건설 등 산업 분야를 휩쓸며 ‘아름다운 기업’의 꿈을 키웠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84년 창업주 박인천 회장의 사망 이후 25년 만에 ‘형제경영’의 전통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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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박삼구 회장이 총수일가의 경영일선 동반 퇴진에 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28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박삼구 회장이 총수일가의 경영일선 동반 퇴진에 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계열사 주가에도 영향 미쳐

박삼구 회장이 동생 박찬구 석유화학 회장을 이사회에서 해임한 직접적인 원인은 박찬구 회장이 최근 금호산업 지분을 팔고, 석유화학 지분을 대량 매입했기 때문이다. 박찬구 회장은 대우건설이 4조원가량의 풋백옵션 부담을 지게 되자, 대우건설의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팔아버렸다. 금호산업은 그룹의 법적 지주회사이고, 실질적인 지주회사는 석유화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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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은 동생의 이 같은 주식 거래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것으로 추측된다. 고 박인천 창업주가 사망한 뒤 4형제가 금호산업과 석유화학 지분을 균등하게 소유하다가 박찬구 회장이 이 비율을 깨뜨려버렸다. 이는 그룹 경영권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박삼구 회장도 “박찬구 회장이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하는 등 그룹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그룹 경영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면서 공개적으로 동생을 비난했다. 박찬구 회장은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부터 인수에 반대하며 박삼구 회장과 불화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이 같은 형제간의 불화가 알려지면서 그룹 전체의 이미지는 물론 경영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유동성 확보 작업이 성과를 얻지 못했고, 계열사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박 회장은 동생을 해임하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경영은 일사불란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박찬구 회장의 행위가)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그룹사끼리 협력이 거의 어려운 지경”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결정이 재무구조 개선 이행이나, 경영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구 회장측 법적 대응 나설듯

박찬구 회장의 지분 확대로 촉발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제2라운드에 진입한 국면이다. 특히 박삼구 회장과의 동반 퇴진을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여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면 밑에서 벌어진 경영권 분쟁이 공개되면서 지분 확보와 법적 싸움 등이 앞으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결의인 만큼 (동생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밝혀 박찬구 회장의 동의없이 이사회가 진행됐음을 내비쳤다.

박찬구 회장 측은 이와 관련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회장 측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박찬구 회장 측의 반격이 예상된다.

양측의 지분 싸움도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지분 구조를 위협할 정도는 아닐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구조는 박찬구 회장가(家)가 보유 지분율 18.47%로 박삼구 회장가(지분율 11.77%)보다 많다. 하지만 창업주 박인천 회장의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가(4.65%)와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가(11.76%)의 지분을 더하면 총 28.18%로 박찬구 회장 측을 압도한다. 이에 따라 그룹 경영은 한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매각작업은 금융권 일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두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09-07-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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