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사가 다음달까지 무기계약직 6700여명 가운데 180명을 정규직 신규사원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에선 무기계약직 전환이 비정규직 문제의 유일한 해법처럼 여겨지는 가운데 시도되는 첫 정규직 전환이다. 노사 상생(相生) 모델이 다른 은행들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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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14일 “임단협에 따라 회사가 늦어도 8월까지 현재 비정규직원 가운데 180명을 정규직원으로 전환 채용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채용 규모는 2005년 이후 연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된 인원 중 가장 많은 숫자”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의 전체 비정규직은 무기계약직 6769명과 기타 비정규직 1195명을 합해 7967명이다. 이 가운데 2.3%가 다음 달 초까지 정규직원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국민은행 비정규직원의 정규직 전환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첫해 8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2006년 80명, 2007년 150명, 2008년 150명이 정규직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5년 간 매년 일정 비율의 비정규직원을 정규직원으로 전환한다’는 노사 합의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노사간 약속을 지킬지 여부에 대해 곳곳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전환 시험 2626명 치러… 14대1 경쟁
국민은행 전체 직원은 3만여명으로 4명 가운데 1명꼴(26.3%)로 비정규직이다. 창구전담직원(텔러)이나 콜센터 직원, 사무보조 업무가 대부분으로 임금은 정규직원의 57% 수준이다. 정규직원으로 전환되면 임금은 물론 복리후생, 승진 등 모든 면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 다만 신규 채용 형식이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이 되면 1년차나 20년차나 정규직 신입사원에 준한 대우를 받는다. 비정규직도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는 셈이다.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은 오래 근무하더라도 호봉이 크게 오르지 않기 때문에 10년 이상 근속자도 정규직 전환을 원할 정도”라면서 “이 때문에 이번 전환 채용도 2600명 이상이 지원해 14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실시한 정규직 전환 필기시험에는 모두 2626명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국민은행은 평소 근무 평점을 비롯한 인사 고과에 별도의 필기시험 점수를 더해 전환 대상자를 오는 20일 발표한다. 합격자는 2주일 동안 교육을 받은 뒤 8월초부터 현장에 배치된다. 이 은행 관계자는 “창구직원은 물론 텔레마케터까지 회사에서 검증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 비정규직원에게도 애사심과 비전을 제시한다는 장점이 있다.” 면서 “다들 어려운 시기인 점을 감안해 정규직 전환 인력을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규 일자리 축소·노령화 숙제로
현재상생의 모델로는 모범 사례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정규직 전환으로 신규로 창출하는 일자리 수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고, 회사 구성원도 자연스레 노령화된다는 점이다. 남은 비정규직 직원에게도 같은 기회가 열릴지도 미지수다. 국민은행 노사가 합의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한(5년)이 올해로 끝나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숙련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회사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은 이미 회사 내부에서 검증된 것”이라면서 “하반기 임단협에서 비정규직 전환 조항을 넣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9-07-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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