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을) 미루고 버티다가 망한 기업이 대우그룹이다. 전부 건지려다 전부를 잃는 우를 범하지 말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14일 대기업들에 강한 경고를 보냈다.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헤럴드포럼 강연에서 “대기업 그룹은 물론 개별 대기업들도 과감한 구조조정 대상”이라면서 대우그룹을 사례로 들었다. 한마디로 버티지 말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10여개 대기업그룹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MOU) 체결이나 개별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가 강도 높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구조조정이 가혹하다고 주장한다. 재계 뜻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금융당국에 MOU 체결을 유예해 달라고 건의했다. 지난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웠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이상 환율 급등 때문이었는데 이를 근거로 자산과 계열사를 팔아 치우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되레 구조조정 준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총 4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올해 20조~25조원 정도 먼저 조성하기로 하고 다음주까지 구체적인 운용계획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이 기금은 하반기에 쏟아질 대기업 부실자산 등을 사들이는 데 쓰인다. 다음달에는 이 가운데 5조원을 먼저 꺼내 금융권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매입과 선박펀드 투자에 쓴다. 은행업 감독규정도 손질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의 짐을 덜어 주기 위해 워크아웃 기업에 신규대출을 해줄 때는 대손충당금을 반만 쌓아도 되도록 했고, 선박펀드에도 출자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9-05-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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