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뒤면 안정” vs “내년 중순 지나야”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의 ‘바닥’은 어디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 금융구제안이 효과를 발휘하는 한달 정도 뒤에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의견과, 현재 위기의 근본 원인인 세계적인 부동산 시장 부실이 해소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목소리 등이 엇갈리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코스피지수가 1300대 밑으로 떨어진 8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의 한 직원이 장이 마감된 뒤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허탈해 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이 위기의 한 가운데에 있어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특히 외환시장 개방도가 높고 규모도 작은 우리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그 여파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구제금융안 통과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장 수석연구원은 기대했다. 위암에 걸린 환자가 치유되기 위해 일단 수술대에 올라가게 된 것이고, 지금은 수술 뒤 통증이 상당하지만 암덩어리가 사라지는 치유의 과정에 있다는 뜻이다.
장 수석연구원은 “4∼6주 정도 뒤에 구제금융안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게 되면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라앉을 수 있다.”면서 “이제는 금융위기의 파장이 실물로 파급되는 것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중순 이후에도 불황 불가피
그러나 비관적인 견해도 강하다.ABN암로 아시아증권 김한준 서울지점장은 “국내 환율·증시의 혼란은 결국 국제 금융시장 신뢰 회복과 연관돼 있고, 지금은 유럽과 영국 등으로 금융위기의 파장이 짙어지고 있어 여기에 대한 조치들이 확실히 나와야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실의 골을 가늠하기 힘든 만큼, 섣불리 회복 시점을 말할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어 “주식시장은 여전히 기업들의 실적이 나쁘지 않아 앞으로 조정받으면서 충분히 올라올 여지가 있지만 환율은 심리적인 영향도 강하게 작용하는 만큼 위기 상황이 덜 끝난 것 같다.”고 우려했다.
현재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에서 시작됐고, 이는 미국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라 촉발됐다. 자산가치 하락은 소비심리 위축 등을 가져오고, 이는 다시 연체율 상승에 따른 상업은행 부실화 등 금융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과 실물 위기가 얽혀 있는 ‘뫼비우스의 띠’를 끊는 지점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미국 부동산 가격 등의 추가적인 하락에 따라 불확실성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국제 금융시장은 물론 국내 외환시장과 증시의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내년 중반이 위기의 최저점이 될 전망이지만 그 뒤로도 경기가 다시 회복되는 ‘V’자 형이 아닌 저점을 유지하는 ‘L’자형이 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8-10-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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