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은행 시련의 겨울

‘삼중고’ 은행 시련의 겨울

이두걸 기자
입력 2007-11-27 00:00
수정 2007-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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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서울 유명 사립여대를 졸업하고 A은행에 입사한 골드미스 강모(32) 대리. 강씨는 요즘 몸담았던 은행을 떠나 증권사나 외국계 투자회사 쪽으로 자리를 옮길까 고민하고 있다. 몇 해 전 상품개발 부서에 같이 몸담았던 친한 선배가 지난 9월 증권사로 이직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강씨는 “안정성 면에서는 은행이 최고지만 지금이 아니면 평생 본점과 지점만 오가는 인생이 될 것 같다.”면서 “예금이 아닌 투자의 시대에 맞게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들이 3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핵심부서 직원들의 증권사행(行)이 늘고 있는 데다 특판예금, 스윙계좌 등 야심작들의 실적은 변변찮다. 충당금이 높아지면서 당장 순익 감소까지 염려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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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엑소더스 가속화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원들 사이에 ‘탈(脫)은행’ 현상이 두드러진다.‘정착지’는 주로 여의도 증권가. 특히 마케팅, 상품개발, 자산운용 등의 업무 담당자들이 최근 증시 활황에 맞춰 증권사로 옮기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정규직(기존 개념) 직원은 지난 3월 1만 7535명에서 10월 말 1만 7938명으로 400여명 늘었다. 그러나 6월 말 500명가량 신규로 채용한 점을 감안하면 100명 정도 떠난 셈이다. 올 상반기 110여명의 직원을 채용한 신한은행 역시 정규직 숫자가 지난 3월 말 1만 948명에서 10월 1만 945명으로 도리어 3명 줄었다. 우리은행의 9월 말 임직원 숫자는 1만 4287명으로 3월 말보다 400명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상반기 1043명을 신규 채용했기 때문에 오히려 600여명이 줄어든 수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은행 입행 문턱이 높아졌지만 새로 은행에 들어오는 인재들의 눈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면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 정비 등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판예금 효과 ‘글쎄’

은행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최고 6% 초반의 고금리를 갖춘 특판예금을 내놓고 있지만 호응이 높지 않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8일부터 1년제 연 5.7% 금리의 ‘큰사랑 큰기쁨 고객사은 특판예금’을 1조 5000억원 한도로 팔고 있다.22일 현재 판매 잔액은 1조 4300억원. 과거에는 20영업일 지나면 동이 날 정도의 적은 규모지만 최근 들어 속도가 더디다.

국민은행의 대표 상품인 와인정기예금 잔액도 10월 말 3조 1825억원에서 22일 기준 3조 4583억원으로 275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정기예금 잔액도 같은 기간 56조 9084억원에서 56조 7398억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일정 금액 이상의 통장 잔액이 고금리 계좌로 이체되는 스윙계좌 상품 역시 큰 실적을 거두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이 지난 9월 초 출시한 AMA통장은 22일까지 1088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기업은행의 아이플랜통장 역시 8월13일 출시 이후 20일까지 16만 465좌 1531억원에 머물고 있다. 출시 당시 은행 자금의 증시·펀드 이탈을 막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펀드 투자 등에서 고수익에 익숙해져 연 5∼6% 금리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등에 부정적이라 당분간 대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7-11-2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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