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의회의 노동·환경 기준 합의에 따라 우리 정부의 ‘재협상 불가’ 방침 재천명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추가협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이 다음주 중 의회 비준을 위해 노동·환경분야의 추가협상이 불가피하다고 요구해 온다면 우리측으로서는 끝까지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재협상 불가’라는 우리 정부와 국내 여론을 앞세워 미국측의 요구수준을 최대한 낮춰 양측이 새로운 이익의 균형점을 찾는 식으로 추가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협상시 무엇이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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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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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
미 의회와 행정부가 합의한 신통상정책에 따라 이미 타결된 한·미 FTA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라고 이혜민 한·미 FTA기획단장은 11일 설명했다.
먼저 FTA상 노동의무 위반 때 특별분쟁 해결절차가 아닌 일반분쟁 해결절차의 적용 요구다. 이럴 경우 노동의 경우 FTA 위반 때 최대 1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 특별기금에 적립해 해당국의 노동환경 개선에 쓰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반분쟁 해결절차는 분쟁이 붙고 판결이 내려지면 양허관세 폐지 등으로 보복을 하게 된다. 그만큼 보복수준이 강해지는 것이다.
둘째는 노동·환경의 경우 자국법을 준수하도록 돼 있었는데 이를 확대해 국제노동기구(ILO) 선언상 5개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하도록 확대한 것이다.
이 단장은 미국측이 ILO 5개 기준의 비준을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추가협상이 진행된다면 가장 큰 쟁점이 될 분야는 복수노조 허용과 공무원 노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9년까지 복수노조의 허용을 유예해 놓은 상태이며 공무원 노조의 경우 가입 범위 등을 둘러싼 이견이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민
우리 정부는 한·미 FTA가 타결된 지난달 2일 직후부터 미국측의 재협상 내지 추가협상 제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측의 추가협상 요구 가능성을 국내 여론과 국회 비준 등을 들어 초기에 차단하려는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통상정책에 대한 미 의회와 행정부가 협상이 진행될 때 우리 정부는 미 행정부가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 의회의 새로운 요구사항을 막아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로서도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미국의 이같은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쉽사리 미국의 추가협상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그동안 재협상은 불가하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변해 왔다. 따라서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떠밀려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회에서도 한·미 FTA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상황에서 국회 비준 과정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정부로서는 결국 이같은 비난의 예봉을 피해 가면서 반대 여론을 설득하고, 미 의회 비준 확보라는 실익을 챙기기 위한 묘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노동·환경 추가협상을 받아주는 대신 우리측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새로운 요구를 관철시켜 협상결과의 균형을 맞춘다는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 추가협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한·미 FTA 협상은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