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책임론’이 불거진 것은 지난 28일. 현대건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김창록 총재가 기자들과 만나 “매각에 앞서 구(舊) 사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면서다. 국민들의 고통과 부담을 발판으로 간신히 부실기업을 회생시켜 되파는데 당초 부실을 야기한 원래 주인이 “나도 사겠다.”고 나서는 것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원죄론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설이 나돌 때마다 지적돼 왔던 문제이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공식 문제 제기는 사실상 ‘정부의 경고’나 다름없어 현대그룹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그룹측은 29일 “현대건설이 현대그룹 계열사로 있을 때 부실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이 사재까지 털어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회사를 정상화시키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건설 인수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현대그룹으로서는 초비상이 걸린 셈이다. 가뜩이나 “현대건설 몸값이 시장 가치보다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며 불만을 토로해온 현정은 회장은 엎친데덮친격으로 어떤 형태로든 과거 책임을 변제하기 위한 추가적 부담이 불가피해졌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현대중공업그룹과 KCC(옛 금강고려화학)그룹도 ‘범 현대가’라는 점에서 운신의 폭이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현대건설 주가는 전날보다 7.18% 오르는 폭등세를 보이며 5만원에 마감됐다.‘옛 사주’ 문제로 현대건설의 몸값이 오를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