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달러 환율이 960원선을 넘으면서 외환시장에 ‘3대 괴담’이 떠돌고 있다. 수출업체가 환투기를 하다가 수백억원을 날렸다든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그 틈을 노려 외환시장에 개입, 다시 이익을 내고 있다는 내용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자금이 유입돼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 모두 확인이 어려운 얘기지만 외환 당국자들은 “근거없는 낭설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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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환리스크 피하려 선물환 처분
9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들이 선물환으로 매도한 달러화는 250억달러에 이른다. 원·달러 환율이 940원을 오르내릴 때인 지난 4월에 930원대에서 주로 팔았다는 것. 조선업계 기업들이 선박을 수주한 뒤 환 리스크(위험)를 피하기 위해 선물환을 처분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당국의 관계자는 “지난 4월 환율의 쏠림 현상으로 달러당 930원까지 추락한 배경에는 국내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가 있었고, 일부는 환투기로 큰 손해를 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계 펀드들이 환투기에 더 적극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겉으론 “환율하락” 뒤로는 선물환 매수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지금도 환율 전망을 달러당 900원 밑으로 보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이보다 덜하지만 930원으로 낮춰 잡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선물환 매도를 해놓고 환율 전망을 포지션에 맞춰 고의로 낮게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환율이 오르면 엄청난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일단 국내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세가 거의 중단됐다. 물량이 다 소화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반기 중 경상수지 적자가 2억 7000만달러로 올 흑자폭이 30억∼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역외에서의 원·달러 환율의 기대치는 높아졌다.
때문에 최근에는 외국계 금융기관이 선물환 매입을 크게 늘리자 환율은 빠른 속도로 960원대를 회복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아직도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이 상반기 선물환 매도 때문에 환율 전망을 낮춰 잡고 있으나 하반기 들어 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선물환 매수 주문이 크게 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겉으로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편으로 환율 상승에 대비한 거래를 몰래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환율이 떨어졌다가 오르는 과정에서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이득을 챙겼을 수도 있다.
●“달러매입 용도구분 쉽지않다”
지난주 시장에서는 론스타가 역외에서 달러화를 특정가격으로 살 수 있는 옵션을 매입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행사가격보다 달러화 가격이 높아지면 론스타는 달러화를 싸게 사 이득을 보게 된다. 외화은행 매각대금이 원화로 결제되는 데 따른 환 리스크 회피 차원이다.
하지만 이같은 거래의 반대쪽에는 옵션을 판 금융기관이 있으며 이들은 달러화가 오를수록 손해를 본다. 따라서 위험 회피를 위해 이들 금융기관은 현물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는 것이 보통이다.
즉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의 상승으로 나타나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계기가 된다. 이와 관련, 외환당국자는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외국 금융기관이 달러화를 매입할 경우 고객의 주문이나 자기 수요에 따른 거래인지, 아니면 위험 회피용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2006-08-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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