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인수전 ‘이상하네’

LG카드 인수전 ‘이상하네’

이창구 기자
입력 2006-06-05 00:00
수정 2006-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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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나금융지주는 김승유 회장 주재로 전략회의를 열었다. 안건은 당연히 LG카드 인수 문제. 누구도 인수 당위성을 주장하지 않았다. 한 고위 임원이 “은행과 달리 카드사 인수는 리스크(위험)가 크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자 다른 참석자들도 “가치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하나지주 관계자는 “입찰에는 참여하되 높은 가격을 써내지는 않겠다는 것이 고위층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가격 낮춰 운 좋으면 먹을 수 있다?

LG카드 인수전이 거꾸로 가고 있다. 가격 싸움보다는 명분 싸움만 요란하다. 경쟁자보다 한푼이라도 더 써내 매물을 차지하려는 인수·합병(M&A)의 속성은 오간 데 없고, 인수 후보자들은 저마다 어떻게 하면 입찰가를 낮게 쓸지를 고민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한 뒤여서 다소 조심스러운 하나지주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유력하다는 신한금융지주 역시 “절대 무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국민은행과 하나지주가 보였던 ‘가격 높이기 경쟁’과는 정반대다.LG카드 인수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외환은행은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차지해야 할 대상이었지만,LG카드는 무리하지 않고도 운이 좋으면 먹을 수 있는 매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과 달리 카드는 기본적으로 ‘외상거래’이기 때문에 경기 상황에 민감해 언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LG카드 주식 대부분은 채권은행이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때문에 현재 주당 4만 8600원대인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해석이 많다.

신한 `대세론´ vs 농협 `토종자본론´

유력 후보인 신한지주와 농협은 가격보다는 명분 싸움에 치중하는 양상이다.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인 신한은 “우리가 아니면 대안이 없다.”는 식의 ‘대세론’을 펴고 있다. 반면 농협은 ‘토종자본론’을 주장한다.

예비실사가 끝나기도 전에 영국의 바클레이즈은행이나 외국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발을 뺀 것도 인수전을 김빠지게 만들었다.

주채권은행이자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24일로 끝날 예정이었던 예비실사 기간을 2주 연장했다.

산은은 후보들의 요구 때문에 연장했다고 설명하나, 후보들은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매각 일정을 늘려서라도 입찰 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산은의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산은 관계자는 “대세론이나 토종자본론과 관계 없이 가격을 많이 써내는 쪽에 팔 수 밖에 없다.”면서 “턱없이 낮은 가격이 제시되면 당연히 유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6-06-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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