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팩스’ 발송 제3자 있나?

‘외환銀 팩스’ 발송 제3자 있나?

이창구 기자
입력 2006-04-06 00:00
수정 2006-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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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가 된 의문의 5장 짜리 팩스를 누가 발송했는지가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과 외환은행은 그동안 당시 외환은행 태스크포스팀(TFT)에 파견됐던 이 은행 허모(지난해 사망) 차장이 단독으로 작성해 금감원에 보냈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감사원과 외환은행 내부에서 허 차장이 아닌 제3자가 발송했거나 발송을 지시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5일부터 변양호 보고펀드 공동대표와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을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를 시작한 감사원은 팩스 작성 지시자와 발송자를 밝히는 데 총력을 쏟는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자기자본비율 조작 여부가 핵심이기 때문에 소환 조사와 별도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매각 당시 외환은행 자기자본비율을 재산정하고 있다.”면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오는 20일쯤 중간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금융감독원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전망치가 적힌 팩스를 발송한 사람이 허 차장이 아닌 제3자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황상 허 차장이 발송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이 행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 외에 2003년 외환은행 매각과 2002년 서울은행 인수 추진에 깊이 참여한 핵심 실무자 A씨를 출국 금지시켰다.A씨는 외환은행 매각 실무작업반을 이끌었다.

당시의 매각 과정을 지켜봤던 외환은행 관계자도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허 차장에게 돌리고 있다.”면서 “허 차장은 재무기획부의 결산담당자로 그 문건을 작성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달 중순쯤이면 모든 의혹이 풀릴 것”이라면서 “허 차장이 문건을 작성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자기자본비율 전망치가 과도하게 낮게 산정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사실은 당시 시뮬레이션 결과 팩스에 나타난 6.16%보다 더 낮았다.”면서 “굳이 문제가 된다면 너무 낮은 자기자본비율을 금감원이 오히려 높여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문의 팩스 5장은 2003년 7월21일 오전 9시55분 금감원에 보내진 것으로 그 해 외환은행의 연말 자기자본비율이 6.16%가 될 것이란 전망치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송수신자가 표시되는 겉표지가 빠져 있었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외환은행을 잠재 부실 금융기관(자기자본비율 비율 8% 미만)으로 지정해 금융기관이 아니라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한편 감사원과 검찰 수사의 기초가 되고 있는 국회 재경위 문서검증반이 “6.16%의 근거가 된 1조 7000억원의 잠재적 대출 손실액을 론스타가 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문서검증반에 참여한 고형식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2003년 7월28일 외환은행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론스타가 대출손실액을 1조 7000억원이라고 추정한다.’는 외환 경영진의 발언이 나온다.”면서 “이 경영진은 론스타가 어떻게 산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아해했다.”고 밝혔다.

결국 론스타가 제시한 대출손실액을 근거로 자기자본비율 전망치가 낮게 산정됐으며, 이를 금감원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론스타가 매각 작업 시작 전부터 깊숙이 개입했음이 드러나는 셈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6-04-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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