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적자를 계속 국고로 지원해 줘야 하나. 올해 시한이 끝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최근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방식의 문제점과 개선을 언급, 그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1년 건강보험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마련된 이 특별법은 정부가 매년 지역가입자 보험료의 50%를 국가예산(35%)과 건강증진기금(15%)이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다.
재경부는 재정운용의 효율성과 가입자간 형평성 차원에서 저소득층에 혜택이 직접 돌아가는 새로운 시스템을 주장한다. 반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료보험의 공공성 차원에서 특별법의 내용을 건강보험업에 대거 반영하고, 지원 규모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재경부, 저소득층에 보험료 직접 지원 추진
재경부는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저소득층에 보험료를 직접 지원하거나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역가입자에게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면서 “이들의 소득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층간 구별없이 일괄적으로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보전해 주는 현행 방식은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해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액은 4조원으로 직장가입자 부담액 10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소득 계층별로 보험료를 차등지원하거나 아예 지원 규모를 대폭 줄인 뒤 그만큼을 돈이 없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에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재경부는 국고지원 비율 50%를 완전히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 ‘급격한 변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 비율을 유지하되, 국가예산 지원을 줄이고 건강증진기금 출연 규모는 늘리는 재정운용의 효율성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국고지원 자체를 줄이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이 커져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복지부, 건강보험법에 나이·소득별로 지원을 강화화는 방안을 반영
복지부는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건강보험법에 반영시켜 보험공단 재정의 안정성을 더욱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일시적으로 공단의 재정이 안정됐다고 국고 지원을 줄이면 2001년과 같은 재정 파탄이 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건강보험의 누적 흑자가 7000억원이지만 국고지원금 4조원을 감안하면 지금도 적자라는 주장이다.
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8일 공청회를 열고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개선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국고지원 규모를 지금처럼 50%로 유지하되, 특별법이 아닌 건강보험법으로 어린이 20%, 고령자 30%, 저소득층 50% 등 지출항목을 세분화하면 국고지원의 효율성과 명분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특히 “지역가입자 가운데 고소득 자영업자가 상당수여서 다른 가입자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재경부 주장에는 “실상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변호사 등도 이미 상당수가 직장가입자로 전환됐다.”면서 “현재 지역가입자가 내는 보험료간 격차는 최대 300배나 되고 보험료 등급도 100여개로 구분, 오히려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국고지원 비율은 유지하되 건강증진기금 운용은 개선할 필요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현재 50%인 국고지원 비율은 유지될 필요가 있다.”면서 “가능하다면 국가예산 부분을 더 늘리고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분은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손명세 교수는 “건강보험이 건전해지려면 현행 특별법 수준의 국고지원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담배에만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의 대상을 술 등의 다른 ‘건강유해 품목’으로 확대해 재원을 확충하거나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 새로운 보완책을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2006-02-13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