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 ‘월드컵 열기’ 두 얼굴

고시촌 ‘월드컵 열기’ 두 얼굴

입력 2010-06-17 00:00
수정 2010-06-17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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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보자니 불안하고, 안 보자니 힘들고.”

월드컵 열기가 전국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듯 긴장된 자세로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수험생들도 ‘월드컵의 유혹’을 떨쳐 버리기 힘든 분위기다.

대한민국이 그리스전에서 2-0 완승을 거둔 12일. 노량진 공시(公試)촌은 서울광장, 삼성동 코엑스와 다를 것 없이 함성으로 들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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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날 서울시 지방직시험이 끝나 많은 수험생들이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시험을 치른 수험생 박모(30)씨는 “지난해처럼 7월에 시험이 있었다면 고민했을 것”이라면서 “오늘 만큼은 마음놓고 나 자신에게 하루간의 휴가를 줬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 전문학원 웅진패스원은 아예 수험생들을 위한 응원마당을 벌여 줬다.

16강 기원 이벤트의 일환으로 벌어진 이날 행사에서 100여명의 수험생들은 통째로 비워진 강의실에 모여 비도 피하고, 목청껏 응원도 했다.

웅진패스원 관계자는 “월드컵 열기가 뜨거운 6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승전과 함께 대한민국 수험생 모두의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로 이번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반면 사법시험·행정고시생들이 몰린 신림동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들도 노량진 공시생들과 마찬가지로 경기를 즐기고 응원도 하고 싶지만 바짝 다가온 시험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사시와 행시는 각각 23일과 29일 2차 시험이 시작된다. 마음을 가다듬고 한 문제라도 더 풀어야 하는 고시생들에게 월드컵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평소 축구광을 자처하는 사시 수험생 김모(28)씨는 “아무리 보고 싶은 경기라도 인생이 걸린 시험보다는 덜 중요하다.”면서 “일단 사시 2차가 끝나는 26일까지는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만 할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물론 과감하게 경기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보고 싶은 걸 꾹 참고 의자에 앉아 있어 봤자 능률이 안 오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행시 수험생 권모(26)씨는 “한국 경기와 잉글랜드, 스페인 등 우승을 바라는 팀만 엄선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함은 감추기 힘든 모습이다. 경기 시간만큼 공부를 덜하게 되고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는 “8시30분 경기야 저녁식사 소화시킨다 생각하고 봐도 그만이지만 새벽 3시30분 경기는 아무래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초여름 더위와 싸우고 있는 공시·고시생들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있는 오늘 한번 더 월드컵의 유혹과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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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헌기자 kize@seoul.co.kr
2010-06-1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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