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실버 이야기꾼 인생 2막 펼친다

1일 송파구 가락2동에 위치한 혜림유치원, 쉬는 시간 동안 정신없이 놀던 아이들은 ‘이야기 할머니’ 이막례(64·잠실동)씨가 교단에 들어서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알록달록한 의상까지 갖춰 입은 이씨가 오늘 들려주는 이야기는 고려장 풍습을 통해 효도를 강조하는 ‘소중한 지게’. 재밌는 목소리와 실감 나는 동작까지 곁들인 그의 동화 구연에 어린이 관객들은 연신 박수와 갈채를 보냈다.

이웃집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 선생님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어르신들로 구성된 이야기꾼들이 유치원, 초등학교를 방문해 동화를 들려주는 송파구의 ‘이야기 할머니·할아버지’ 사업을 통해서다. 이날부터 본격 시작된 사업은 구가 독서 문화 진흥을 위해 EBS, 서울시교육청과 공동 추진한 것이다. 어르신 일자리 창출과 아이들 교육 효과는 물론 어르신 세대와 아이들 세대 간의 소통 기회도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활동하는 이야기 할머니·할아버지는 총 30명으로 1대1.5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평균 연령은 64.7세, 올해 여든의 신남상 할머니가 최고령 이야기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교사 출신으로 리더를 맡은 박성문(65) 단장은 “오랜만에 교단에 섰는데 아이들이 호응해주고 박수를 쳐주니 뿌듯하다”며 “직접 활동을 시작하니까 확실히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지난달 총 24시간의 독서 지도 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이론과 실습이 병행된 모듬 학습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동화 구연법부터 각종 상황 대처법, 어린이 커뮤니케이션, 활동 일지 작성법 등을 익혔다. 또 잠실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문덕초등학교 등을 찾아가 직접 실습도 했다.

이야기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이날부터 2인 1조로 지역 내 124개 유치원, 초등학교, 돌봄교실 등을 방문하게 된다. 방학 기간을 제외하고 매주 3회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소정의 활동비를 받는다. 박춘희 구청장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주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며 삶의 지혜를 전하던 전통이 되살아났으면 한다”며 “더불어 어르신들도 삶의 열정, 활력을 되찾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