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복·갈등… 행정구역 통합 ‘험로’

번복·갈등… 행정구역 통합 ‘험로’

입력 2009-11-14 12:00
수정 2009-11-1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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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여론조사 결과 자율통합 찬성률이 높았던 의왕·군포·안양과 진주·산청을 통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해당 지역 주민들이 약속 위반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안양권 주민들로 구성된 ‘의왕·군포·안양 행정구역통합추진협의회’는 13일 행안부를 방문해 “여론조사를 통해 지역 주민 의사를 확인해 놓고 갑자기 통합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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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는 이 장관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행안부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 하지만 더 어이없는 답변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고위관계자가 “군포와 안양만 통합하고, 의왕은 과천과 합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행안부가 멋대로 새 통합안을 제시했다.”면서 “주민의견을 반영해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는 결국 공언(空言)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협의회가 행안부에 거센 항의를 한 것은 이 장관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의왕·군포·안양과 진주·산청은 통합 시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를 감안해 자율통합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의왕 등도 자율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놓고, 이틀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 장관의 발언처럼 의왕 등이 통합되면 실제로 선거구 조정 문제가 생긴다. 현재 의왕은 과천과 한 선거구로 묶여 있는데, 의왕이 군포·안양과 하나의 시(市)를 구성하면 과천과는 더 이상 같은 선거구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공직선거법이 ‘(구가 없는) 시를 분할해 다른 국회의원 선거구에 포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

홀로 남게 된 과천도 골치다. 과천의 인구(4만 5000명)는 헌법재판소 등이 규정한 국회의원 단독 선거구 인구 하한선(현재 10만 5000여명)에 크게 못 미쳐 독자적으로 별도의 선거구를 구성할 수 없다. 진주·산청도 통합이 이뤄지면 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협의회는 그러나 “구가 없는 시를 분할해 다른 지역과 함께 선거구를 만든 예외적인 사례가 있다.”면서 “이 장관이 사실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의 지역구는 의왕·과천으로, 의왕·군포·안양 통합 시 지역구가 반 토막 날 가능성이 높다. 고윤환 행안부 지방행정국장은 이에 대해 “이 장관의 발언은 자율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고 의왕 등은 선거구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정부보다는 국회가 통합에 나서 달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선거구가 걸려 있는 행정구역 개편에 적극 나설 리 없는 만큼 행안부가 발을 빼면 이들 지역의 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 간다는 게 대다수의 관측이다.

의왕 등과 함께 통합 대상에서 제외된 산청군은 “정부가 우리를 우롱했다.”며 정부의 갈팡질팡 행보를 강하게 성토했다. 정영석 진주시장은 “진주와 산청 통합은 국회의원 선거구가 다른 데다 반대 여론이 많아 당초 어려운 문제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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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강원식·서울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09-11-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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