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소’ 난제 많다

‘새주소’ 난제 많다

입력 2009-10-09 12:00
수정 2009-10-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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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시행 3년 앞으로… 문제점 중간 점검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현행 지번(地番) 주소 체계를 도로이름과 건물번호 방식으로 전면 개편할 계획이지만, 여러 가지 난제에 부딪히고 있다. 이화여대 산학협력연구단이 최근 행정안전부의 의뢰를 받아 연구용역을 수행한 결과, 새주소 사업을 진행 중인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몇 가지 어려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네 자릿수 이름 붙는 길 나올 수도

제기된 문제점 중 하나는 ‘대로(大路)’와 연결돼 있는 ‘길’에 숫자가 네 자리에 달하는 이름이 부여될 수 있다는 것. 행안부는 길마다 고유명사 형태의 이름을 갖고 있는 현행 체계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 이들 길 이름을 ‘OO대로 ○길’ 등으로 통일하라고 각 지자체에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이대 연구팀은 행안부의 안대로 하면 자칫 숫자가 네 자리에 달하는 길 이름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김포공항과 강동구 둔촌동 37.4㎞를 잇는 남부순환로(개정예정 명칭 남부대로)의 경우, 수천 개의 길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남부대로 1435길’ ‘남부대로 2957길’ 같은 명칭이 나오게 된다는 것.

이에 서울시는 길이가 긴 대로는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누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예를 들어 남부대로를 ‘남부 제1대로’ ‘남부 제2대로’ 등으로 나누면 길에 네 자릿수 이름이 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전히 적게는 두 자리에서 많게는 세 자리 숫자가 길 이름에 붙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을 우려는 남아 있다.

진명기 행안부 지방세분석과장은 “중국이나 미국의 경우 다섯 자리의 숫자가 붙는 길 이름도 있다.”면서 “숫자로 된 길 이름이 기존의 고유명사 형태보다는 찾기 쉽다는 게 연구 결과인 만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길에 연결된 또 다른 길 명칭도 고민

대로에 연결된 길에 다시 작은 길(안길)이 이어져 있는 경우 이 길 명칭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난제로 떠올랐다. 예를 들어 ‘종로 20길’이라는 명칭의 길에 연결돼 있는 또 다른 길들에는 종로 ‘20-1길’ ‘종로 20-1-1길’ 같은 이름을 붙여야 할지, ‘종로 20가길’ ‘종로 20나길’로 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

서울 종로구 등 일부 지자체는 일단 숫자 뒤에 ‘가’ ‘나’ ‘다’ 등을 붙이는 방안을 도입했지만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길 이름을 외국어로 표기할 때 한글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행안부는 때문에 길과 연계된 또 다른 길은 대로 이름 등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름을 붙이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고유명사를 가진 길 이름이 다수 나타나 새주소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딜레마가 있다.

●대학교 내 건물 주소 부여도 난관

대학교 내에 있는 건물에 주소를 부여하는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 대학교 안에는 여러 건물이 있지만, 주소는 모두 하나다. 서울 연세대의 경우 연희관이나 종합관 등은 새주소 사업이 완료되더라도 모두 ‘성산로 262번지’로 표기된다. 대학 내 길에는 이름을 따로 짓지 않기 때문에 주소를 붙이려 해도 불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대학 내 건물을 찾기 위해서는 학교에 들어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어디 있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이 대학 내 길에도 모두 이름을 부여하고 건물마다 번호를 부여해 위치를 명확하게 표시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용역을 진행한 강영옥 이대 사회생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은 외국과 달리 담장 문화가 발달해 있어 부지 내 길에 명칭을 부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행안부 등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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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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