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해도 너무합니다”

“의원님들 해도 너무합니다”

입력 2009-04-16 00:00
수정 2009-04-1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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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날 자료요구에 밤샘 예사… 간부급 공무원 임시국회 속앓이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연일 추가경정예산과 법안 심사 등 4월 임시국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장·차관과 실·국장 등 간부급 공무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원칙 없는 자료 제출, 뜬금 없는 정치적 질문, 지나친 권위주의 등이 여전하다는 게 이들의 호소다.

15일 국회에서는 지난주 대정부 질문을 시작으로 추경 및 법안 심의가 줄줄이 이어졌다.

행정안전부의 경우 희망근로프로젝트 등 10건의 추경예산(28조 9093억원)과 공무원연금법 등 핵심 쟁점 법안 등이 무더기로 걸려 있다. 때문에 공무원들은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밤낮으로 국회를 오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경우 아예 만나주지도 않는 데다 무조건 높은 간부를 찾기 때문에 헛걸음을 하는 때가 많다. 원칙 없는 자료 제출 등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국회와 청사를 쳇바퀴처럼 오가기도 한다.

한 과장급 관계자는 “대정부질의 때에는 48시간 이전에 국회가 정부에 답변요구서를 내도록 국회법에 나와 있고 서면질의도 10일간의 여유를 주도록 하고 있지만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전날 자료를 요구해 246개 지방자치단체의 통계를 받아 취합하느라 밤을 새워야 할 때도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만나주지도 않으면서 정작 질의시간에는 설명을 안 해줬다고 불평을 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일부 의원들은 공무원들에게 정치적인 질문을 해 난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직업 공무원들에게 ‘참여정부 때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 하느냐.”며 “큰 줄기에 대한 지적보다 세세한 수치로 면박만 주려는 의원들을 보면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공무원들에게 이같은 방식으로 악명 높은 의원들로는 한나라당 K·L 의원, 민주당 P·K 의원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계류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섞어 의원들을 집중 공략하기도 한다. 회의 전 수차례 의원을 찾아가 정성껏 설명을 하는 정공법을 택하는가 하면 정치적 판단에 대한 여론의 동향을 들어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다리, 도로 건설이나 경로당 설치 등 지역구 현안들로 관련 의원들과 딜(deal)을 할 때도 있다.”며 귀띔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2009-04-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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