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국가자격증’ 이름값 못한다

신설 ‘국가자격증’ 이름값 못한다

입력 2005-03-24 00:00
수정 2005-03-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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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자격증이 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신설된 국가자격의 경우 ‘국가자격’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공신력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10여개의 국가자격이 신설됐지만, 어느 것 하나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변호사, 감정평가사, 법무사 등의 기존 국가자격이 전문자격으로서 인정을 받는 데 비해 신설 국가자격은 활용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때문에 정부가 유명무실한 자격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신설된 국가자격이 취업혜택은커녕 전…
최근 신설된 국가자격이 취업혜택은커녕 전… 최근 신설된 국가자격이 취업혜택은커녕 전문성조차 인정받지 못해 자격취득가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말 인천에서 열린 자격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자격정보를 구하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취업때 인센티브조차 없어

무엇보다 자격 취득자들의 원성이 높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가맹거래상담사 자격이 대표적이다.2회 시험 합격자 50여명은 이번 달 실시예정이던 실무수습 연수까지 거부하고 있다. 자격을 취득해도 써먹을 데가 없다는 것이 합격자들의 불만이다.2회 합격자 대표 김경창씨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자격을 개설할 때는 프랜차이즈 전문가를 육성한다며 핑크빛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자격을 취득하고 보니 실상이 전혀 다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가맹거래상담사는 법무사나 공인노무사 못지않게 높은 수준의 국가자격이지만 관련 업계 취업시 인센티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험이 두차례 실시되는 동안 총 114명의 합격자가 배출됐지만 자격증을 활용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국가자격이 취업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전문가로서의 자격과 영역은 인정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력서 빈칸 채우기용 전락

유통관리사 자격도 마찬가지다. 산업자원부는 기존의 판매관리사제가 유명무실해지자 지난해부터 유통관리사제로 이름까지 바꿨지만 위상까지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유통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박모(22)씨는 “유통전문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사편입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유통관리사자격이 있을 경우 기사자격과 마찬가지로 30학점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편입준비하는 데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학사편입에 필요한 학점을 따기 위해 유통관리사 시험을 보는 수험생이 많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에서 2003년부터 재정비한 호텔리어 관련 자격도 정작 현장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호텔경영사, 호텔관리사, 호텔서비스사 등의 국가자격이 ‘이력서 빈칸 채우기용’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한 호텔의 인사과 관계자도 “호텔리어는 어학능력과 서비스정신이 중요하다. 국가자격은 이론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신입 호텔리어를 선발할 때 국가자격 취득자라고 해서 유리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신설 국가자격들이 이같이 허울뿐인 데 대해 한 자격 전문가는 “국가자격이 현장의 수요와 관계없이 국가의 필요에 의해 공급자 위주로 신설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

●자격기본법 개정안 수년째 표류

주관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 2003년 자격기본법 개정안을 마련,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관계 부처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해당 부처에서 자격신설 계획을 세우면 심의절차도 없이 진행된다.”면서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산업계쪽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심의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국회통과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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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2005-03-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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