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스토리 서울] (4) 서울 1호 시민아파트 ‘금화’

[테마스토리 서울] (4) 서울 1호 시민아파트 ‘금화’

입력 2009-07-17 00:00
수정 2009-07-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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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경제성장의 상징… 이젠 역사속으로

‘서울에서 가장 늦게 눈이 녹는 곳, 공포영화 ‘소름’의 촬영장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민아파트….’ 16일 서대문구 냉천동 14의9. 30여분간 꼬불꼬불한 금화산 길을 따라 올라가자 산꼭대기에 금세라도 허물어질 듯 초라한 아파트 2개 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40년째 자리를 지킨 짤막한 5층 아파트는 주변 신식 아파트들과 달리 세월의 켜를 고스란히 간직했다. 해발 200m의 아파트 초입은 찌는 더위에도 서늘할 정도로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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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서울 최초의 시민아파트로 지어진 서대문구 냉천동 금화아파트. 남산 아래 고층빌딩 사이에 벽이 얼룩얼룩한 베란다형 아파트(가운데)가 보인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1969년 서울 최초의 시민아파트로 지어진 서대문구 냉천동 금화아파트. 남산 아래 고층빌딩 사이에 벽이 얼룩얼룩한 베란다형 아파트(가운데)가 보인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거래가 끊긴 지 2년도 넘었지요. 한때 재개발 소식이 들려 10여평 아파트 한 채당 2억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세입자 10여가구만 살고 있어요.” 나이든 부동산중개업자는 낡은 아파트에 관심없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곳곳에 철골을 드러낸 낡은 시멘트 건물의 이름은 ‘금화아파트’.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아파트’로 지금은 옛 추억을 더듬으려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출사 장소로 각광받을 뿐이다. 시민아파트는 무허가 판잣집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집 없는 서민을 입주시키려고 서울시가 만든 아파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9년 김현옥 서울시장이 첫 삽을 떴다. 판잣집 13만여가구를 없애고 대신 3년간 9만여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해 건설한 아파트만 406채. 모두 산 중턱에 들어섰다.

금화아파트는 특히 청와대에서 한눈에 올려다 보였다. “높은 데 지어야 청와대에서 잘 보일 것 아니냐.”는 김 시장의 말이 지금도 회자된다. 그러다 1970년 4월 마포 와우아파트가 폭삭 무너져내리며 시민아파트 건립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이듬해부터 7년간 무려 101개 동의 아파트가 철거됐다. 97년에는 시민아파트 5개년 정리계획이 수립됐고, 남은 아파트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때 130여동에 이르렀던 금화아파트도 지금은 3동과 4동만 남았다. 옛 집을 찾은 초로의 신사들을 우연히 만났다. “산 중턱에 지은 홍보용 아파트라 시내 어지간한 곳에서도 다 보였어요. 당시에는 산에 나무가 별로 없던 때라 벌거숭이 산에 하얀색 아파트는 그야말로 언덕 위의 하얀집이었죠.”, “무허가 판잣집에 살다가 국민학교에 입학하면서 이곳에 둥지를 틀었죠.”, “중앙난방과 수세식 화장실을 갖춰 인기 영화배우와 고위직 공무원들이 편법으로 입주권을 사서 들어올 만큼 괜찮았던 아파트였죠.”

마지막 남은 금화아파트 2개 동은 북아현재정비촉진지구에 포함됐다. 이르면 내년 봄에 철거된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건물 안전검사에선 사용금지에 해당하는 E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세입자들과의 보상문제가 미뤄져 철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파트 철거 후 1273㎡의 부지는 1만 5000㎡ 규모로 조성되는 공원에 포함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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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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