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미술관 속으로] (69) 대학로 조각공원

[거리 미술관 속으로] (69) 대학로 조각공원

최여경 기자
입력 2008-07-08 00:00
수정 2008-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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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예술의 흔적

대학가는 책방이 사라진 쇼핑거리로 변했고, 예술인의 열정보다는 외국계 커피전문점과 유흥문화를 찾는 것이 더 쉽다. 그나마 벽 곳곳에 붙은 공연포스터와 거리에 놓인 조형물들이 문화·예술의 거리, 대학로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종로구가 2005년에 꾸민 ‘대학로 조각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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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사거리에서 이화동 사거리까지, 마로니에공원쪽 보행로 1㎞ 구간에 조형물을 설치한 조각공원은 거리를 미술관으로 꾸미는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원조격이다.

종로구는 당시 5개월에 걸쳐 공모전을 진행했다.‘내일’을 주제로 국내외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 436점 중 25점을 선정해 이곳에 늘어 놓은 조형물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오가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놀이거리이다.

더러워서 피하는 ‘똥’이 이곳에선 만남의 장소로 통한다.‘엉덩이 이야기’ 정도로 해석되는 정진아 작가의 ‘더 푸프 테일(The Poop Tale)’이다. 크고 작은 세 덩이의 인분(人糞)을 초록, 파랑, 빨강, 주황 등 색색의 유리타일로 장식했다. 거부감보다는 친근감이 느껴지고, 앉아 쉴 수 있는 기능까지 갖고 있어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장진연 작가의 ‘뉴스 페이퍼(News Paper)´와 이희정 작가의 ‘당신의 자리’, 김경민 작가의 ‘나른한 오후’ 등도 보는 순간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들게 한다. 투명인간이 옷을 입은 듯한 모양의 뉴스 페이퍼는 당초 게시판용으로 설치된 것이지만 원래의 역할보다는 시선을 끄는 조형물의 기능이 더 크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대리석에 누워 있는 청동인간(나른한 오후)을 따라 널브러지거나, 널빤지 양 끝에 앉은 사람(당신의 자리)을 흉내내며 쉬기도 하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도 한다.

이화동 사거리쪽에 늘어선 조형물은 아이들의 놀이공간이다.‘애벌레 터널’(이병호 작가),‘토끼와 거북이’(윤기호 작가),‘산책’(이은경 작가) 등을 두고 아이들은 원통 속을 통과하거나 조형물을 타며 논다.

이제 조형물들은 대학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몇몇 조형물들이 홍보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은 광고판이나 낙서판으로 전락해 버린 데 대한 아쉬움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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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8-07-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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