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행정] 강서구 ‘저소득 장애인 도배·장판사업’

[현장 행정] 강서구 ‘저소득 장애인 도배·장판사업’

입력 2007-08-07 00:00
수정 200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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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뜬 벽지만 보면 늘 심란했는데 속이 다 시원해. 감사하기도 하고….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이렇게 해주겠어.” 만성 신부전증을 앓는 아들과 단둘이 사는 정경애(79·서울 강서구 가양3동) 할머니는 6일 새 집처럼 밝아진 아파트가 기특한지 밝게 웃었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듯 누렇게 변한 벽지와 장판 속에서 지낸 지 15년 만의 ‘꽃단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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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장애인 도배·장판사업’을 벌이고 있는 강서구는 지난달 할머니 집의 헌 벽지와 장판을 걷어내고 새 벽지와 새 장판을 깔아줬다.

과분한 선물이었다. 하얀 벽지는 마치 오랜 장마가 걷힌 하늘을 보는 듯했다. 할머니는 “나이가 들고 가난해도 여자는 방금 짠 행주처럼 뽀얗고 이쁜 집에서 살고 싶어 해. 나이들어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모르겠어.”라며 어린 손자 쓰다듬듯 새 벽지와 장판을 자꾸 어루만졌다.

●4년째 1000가정에 봉사

강서구는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저소득층 장애인 가정에 도배와 장판을 바꿔 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수혜자는 1008명. 누렇게 변해버린 벽을 하염없이 바라만 봐야 했던 저소득 가정에 소박한 행복 하나씩을 안겨다 준 셈이다.

이 사업은 장애인 가정에 보조금이나 물품제공 등 판에 박인 지원을 넘어 정성과 진심을 담은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간 배정한 예산은 3억 5500만원. 가구당 35만 5000원꼴로 빠듯한 액수였지만 사업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공로였다.

강서등촌지역자활센터 집수리사업단은 3개 팀으로 나눠 인건비 없이 시공을 맡았다. 그들 역시 그리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지만 나누려는 마음만은 넉넉한 사람들이다.

구 관계자는 “대부분 10평 남짓한 작은 집이지만 장판과 도배를 모두 바꾸는 데는 인건비를 포함하면 50만∼6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면서 “집수리사업단의 봉사로 더 좋은 벽지와 장판이 더 많은 가정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난의 자국을 걷어라

모든 살림살이가 들락날락 해야 하는 도배와 장판일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특히 장애인 가정의 경우 봉사자들이 짐을 빼고 다시 가구를 정리하는 등 이사수준의 봉사를 요한다.

외국인 부인과 사는 손태주(46·지체2급·강서구 공항동)씨는 “새로 태어날 아기에게 깨끗한 방을 선물할 수 있게 돼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면서 “지하단칸방에 살며 아내가 몇 차례나 유산을 해 늘 죄스러웠는데 환한 벽지와 뽀송뽀송한 장판을 보며 아내가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구는 적은 비용에 만족도가 높은 도배장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또 내년부터는 대상가구수를 늘리는 한편 주거환경이 극도로 취약한 중증 장애인에게 수도꼭지나 전구교환 등 생활시설 점검 및 보수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늘 아쉬운 것이 예산이다. 강서구에는 서울시 전체 영구임대주택의 32.5%에 해당하는 1만 5275호의 영구임대 주택이 있다. 서울시 최고수준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도 1만 64가구로 구 전체 가구의 4.8%를 차지한다. 또 장애인 인구 2만 2023명 중 중증장애자도 6598명으로 29.9%다.

김도현 구청장은 “‘행복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란 명제에 충실하기 위해 구 예산의 38%정도를 사회보장비로 쏟아붓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복지만족도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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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7-08-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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