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퇴직 후 노골적 선거캠프행… 선거법 안 걸리는 기술 ‘코치’ [복마전 선관위]

[단독] 퇴직 후 노골적 선거캠프행… 선거법 안 걸리는 기술 ‘코치’ [복마전 선관위]

설정욱 기자
입력 2024-05-17 02:57
수정 2024-05-17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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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중립 핑계로 감시 무풍지대

선관위 퇴직자, 법률자문 자처
공직자윤리 승인 대상서 빠져
대형로펌도 고문 모시기 치열
복잡한 선거법… ‘몸값’만 높여
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출신 A씨는 2017년 대선 때 한 후보의 선거캠프에 합류했다. ‘퇴직한 지 1년도 안 된 고위직이 특정 후보를 돕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선관위 안팎에서 쏟아졌다. 전직 심판이 사직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파울해도 안 걸리는 법’을 코치해 주는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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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오장환 기자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오장환 기자
선관위에서 6급으로 퇴직한 B씨는 선거철만 되면 몸값이 올라간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그는 각 정당·후보 캠프에 기웃거리며 법률 자문을 자청한다. 선관위 퇴직자들이 선거철에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선거법 위반 교묘하게 피하기, 상대 후보 고발하기 등 선거 ‘잔기술’을 그들만큼 아는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일정 직급 이상 퇴직공직자는 퇴직 후 3년 내 취업심사대상기관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선관위 퇴직자들에겐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취업심사대상기관은 민간기업이나 각종 법인 및 단체다. 한시적인 정치 조직인 선거캠프는 포함돼 있지 않다. 2019년 선관위 공무원이 퇴직 후 10년간 선거캠프에서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유야무야됐다.

선관위 전직 간부 C씨는 16일 “선거철에 제의가 많이 온다”면서 “단순 자문 역할에 그치지 않고 캠프에 직접 합류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특히 지역 정치권에서는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선관위 출신들을 만나 접대하며 조언을 구한다. 충청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복잡한 선거법을 잘 모르는 초선 의원들은 선관위 퇴직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면서 “선거법 해석이 중앙선관위와 지역선관위 위원마다 다른 경우가 많아 퇴직자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선관위 직원들의 몸값을 높인 일등공신은 모호한 선거법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 하나하나를 규제하고 단속하는 방식이어서 선관위의 재량 범위가 과도하게 넓다. 선관위 출신 한 인사는 “전직 선배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 현직 후배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현장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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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출신들은 대형 로펌에서도 인기가 높다. 고문 자격으로 선거법 재판을 돕는다. 문상부 전 선관위 사무총장과 안병도 전 서울시 선관위 상임위원 등이 선거 전문 법무법인으로 유명한 대륙아주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24-05-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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