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현장] 육아정책, 왜 ‘엄마 행복’만 외치나/최선을 사회2부 기자

[나와, 현장] 육아정책, 왜 ‘엄마 행복’만 외치나/최선을 사회2부 기자

최선을 기자
입력 2022-06-28 20:18
수정 2022-06-29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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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사회2부 기자
최선을 사회2부 기자
“엄마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일부 후보들이 육아·돌봄 공약을 내세우며 이렇게 외칠 때 ‘엄마가 전혀 행복해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출생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인 만큼 ‘아이 키우고 싶은 도시’, ‘부모와 자녀가 모두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쏟아진 건 자연스럽다. 그런데 왜 아직도 ‘육아’ 하면 ‘엄마’를 외치지 않고선 못 버티는 것일까. 이런 생각으로 진정 쓸모 있는 양육 정책을 펼칠 수 있을까.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영역에서 육아는 엄마의 일로 치부된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의 양육 정책들을 보면 ‘맘 편한’, ‘행복한 엄마’ 등의 관용적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선 엄마와 아빠가 같이 육아를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정책 네이밍이 이를 못 따라가는 모양새다.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는 ‘엄마 행복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에 시행한 ‘여성 행복 프로젝트’의 뒤를 이어 내놓은 야심 찬 정책으로, 육아 걱정 없는 도시를 목표로 한다. ‘엄마 행복 프로젝트’란 명칭은 오 시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시는 우선 서울시 전체 직원들과 양육자 자조모임 등으로부터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양육할 때 진짜 힘든 게 어떤 것인지 묻는 설문조사도 할 계획이다. 조부모나 친인척 등 아이를 돌봐 주는 ‘육아 조력자’에게 돌봄수당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취지는 좋지만 ‘엄마 행복’이란 명칭은 아쉽다. 자칫 엄마만 주양육자로 여기는 생각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 행복 프로젝트’는 양육자가 돌봄과 가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고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인데, 이름이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로 서울시 내부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차라리 ‘엄빠(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가 낫지 않냐는 제안이 나왔지만, 반영되진 않았다. 민선 8기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만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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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아직도 아빠는 객체로 보는 시선이 많다. 아이 키우는 데에 적극 나서는 아빠들을 ‘유난 떤다’며 비하하기도 한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부터 고쳐 보자. 우리의 사고는 우리가 쓰는 어휘에서 시작되니 부모가 다 같이 육아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단어부터 신경 쓰자는 취지다. ‘엄마가 행복한 도시’만을 외쳐서는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행복할 수 없다.
2022-06-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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