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언파만파] 유모차

[이경우의 언파만파] 유모차

이경우 기자
입력 2020-12-13 19:50
수정 2020-12-1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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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동차’(童車)는 국어사전에서나 겨우 찾을 수 있다. ‘동차: 어린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유모차.’(표준국어대사전) 일상의 말과 글에서 쓰이는 예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국어사전에서 이 낱말을 확인할 일도 없다. 사라져 간 말이 됐다. 1970년대 어느 국어학자는 ‘동차’가 표준어로 돼 있어도 ‘유모차’(乳母車)가 쓰이는 현실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1957년 완간된 한글학회의 ‘큰사전’에는 ‘유모차’가 표제어로 올라 있지만, 뜻풀이는 ‘동차’에 돼 있었다. ‘동차’에 더 중심을 둔 것이다. 그렇지만 아기가 있는 집에서 갖기를 원하는 수레의 이름은 ‘유모차’였다. 그것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라는 것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유모차’는 아기가 타는 것이고, ‘유모’와는 관련이 없으니 적절치 않다는 의견은 하나의 생각일 뿐이었다.

2018년 6월 서울시는 ‘성평등 언어사전 시민 참여 캠페인’을 벌였다. 말이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취지에서 성차별적인 표현을 바꿔 보자는 캠페인이었다. 이 캠페인에서 한 시민이 ‘유모차’ 대신 ‘유아차’로 바꿔 달라는 제안을 했다. 이유는 ‘유모차’라는 낱말에 ‘아빠’는 없고, ‘엄마’만 있어 평등 육아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서울시는 각계 전문가 회의를 거쳐 유아가 중심이 되는 ‘유아차’(乳兒車)로 개선하자고 발표했다. ‘유아차’는 곧 ‘서울시성평등생활사전’에도, 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실렸다. ‘유아’는 ‘동’(아이)에 들어간다. 말이 본래 지닌 의미만 보자면 ‘유아차’는 앞서의 표준어였던 ‘동차’로 돌아간 셈이다.

북녘의 ‘조선말대사전’에도 ‘동차’가 보이는데, 뜻풀이에는 ‘애기차’로 가라는 화살 표시가 돼 있다. ‘동차’가 한자어이니 고유어인 ‘애기차’를 쓰라는 표시다. ‘유모차’는 쓰지 말라는 뜻에서 가위표(×)도 돼 있다.

‘유아차’가 ‘유모차’를 대신할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다. ‘성평등’이란 차원의 의미를 담았다지만,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 알 수 없다. 공적인 언어들에서도 여전히 ‘유모차’가 절대적이다. 판매하는 쪽에서도 ‘유모차’를 버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유모차’의 ‘모’가 ‘어미 모’ 자인지 몰랐다는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젊은 엄마와 아빠들은 ‘유모차’를 줄여서 ‘윰차’라고도 한다. ‘유모차’가 본래 지닌 의미 같은 건 상관하지 않는 듯하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때로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유아차’가 새로운 약속이 되려면 기존 약속인 ‘유모차’와 다른 게 충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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