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좋은 부모 나쁜 부모/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좋은 부모 나쁜 부모/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입력 2020-12-03 20:20
수정 2020-12-04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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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두어 주 전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한 정치인이 이런 말을 했다. “좋은 부모님과 환경을 만나서 혜택받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적 없다.” 20대 청년 두 아들에게 각각 10억원이 훌쩍 넘는 자산을 증여한 게 드러나면서 물의를 빚자 공식적으로 내놓은 해명이다. 유복한 부모를 만나 재산이 많은 편이지만 이를 잊지 않고 사회에 헌신하겠다는 소회를 밝히면서 한 말이다.

그 말을 TV 뉴스로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좋은’ 부모라는 표현 때문이다. 부모가 아무리 부자라도 그것만으로는 좋은 부모요 환경이라 단언할 수 없는데, 하물며 유복하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부모라고 말하는 광경이 너무 어이없었다. ‘좋은’의 반대말은 ‘나쁜’인데, 그렇다면 돈이 없으면 나쁜 부모요, 나쁜 환경이란 말인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나쁜 부모일 수 있고, 가정환경도 좋지 않을 수 있다. 돈깨나 있다고 이리저리 바람피우는 아빠라면, 과연 좋은 아빠일까? 권력깨나 있다고 별장에서 성접대 받고 룸살롱에서 향응 받는 아빠라면, 과연 좋은 아빠일까? 재산이 수백억원이라도 그 대부분이 권력을 등에 업고 사기극을 벌여 개미 투자자들의 피눈물 위에 쌓은 재부라면, 과연 좋은 부모요 좋은 가정환경일까?

가족은 그 구성원 사이의 애틋한 관계 속에서 커가는 나무이지, 외형상의 화려함과는 솔직히 상관이 없다. 나무가 너무 탐스러우면 되레 벌목공의 전기톱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돈이 많아 화려하기로는 재벌가가 으뜸일 텐데, 이상하게도 거기에는 시끄러운 집안이 흔하디흔타. 상속을 둘러싼 형제의 난, 식구들 사이의 변화무쌍한 합종연횡, 숨 돌릴 겨를조차 없는 소송전의 난무, 지금이 조선 시대인지 여전한 적서차별, 정략적 결혼과 이혼을 싣고 끝없이 달리는 설국열차.

역으로, 돈이 아무리 없어도 좋은 부모일 수 있고 가정환경은 얼마든지 좋을 수 있다. 역시나 가족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돈은 대개 가족을 깨뜨리는 쪽으로 전문가지, 가족을 화합하는 쪽으로는 아마추어 중의 아마추어다. KBS에서 방영하는 ‘동행’이나 ‘인간극장’을 보면서 좋은 부모, 좋은 환경이 무엇인지 그 진수를 배울 때가 적지 않다. 아빠는 병석에, 엄마는 식당에, 아들딸은 편의점에 있다가도 토요일 저녁이면 오순도순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아빠의 건강을 챙기고 위로하는, 그래서 복받치는 정겨움에 눈물을 글썽이는 아빠의 표정. 위에 적은 재벌가의 세태와 이 가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은 부모요 좋은 환경일까?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아무 데나 붙이는 언어 습관은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한 관용적 표현이다. 공부 열심히 하더니 좋은 대학 갔구나. 이 말도 그런 사례다. 하지만 여기서 ‘좋은’은 ‘명문’으로 바꿔 쓰는 게 그나마 낫다. 명문대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prestigious university’라고 나온다. 그러나 영어권 국가에서 저런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한영 직역에 가까운 수준이다. 굳이 명문대라는 단어를 그대로 영어로 바꿔 말하고자 한다면 ‘leading school’이 제격이다. 말 그대로 앞서 나가며 선도하는 대학이라는 뜻이다. 이는 꽤 객관적인 표현으로, 선악의 가치 판단은 별로 들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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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면 다 된다는 인식이 만연한 양극화 한국 사회에 아무리 널리 퍼진 관용적 표현일지라도, 서울시장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공개석상에서 좋은 부모니 좋은 가족 환경이니 하는 말을 무심코 입에 올려서는 곤란하다. 그런 말을 하는 자기 자신이 곧 모든 가치 판단을 돈을 기준으로 삼아 돈의 다과로 선악을 판별하는 사람임을 만천하에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기 때문이다. 정치라는 업종은 그런 세태를 수정하려는 의지를 실천하는 분야이지, 세태를 그냥 추종하는 직종은 아니다.
2020-12-0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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