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광고 엿보기] ‘광교기생조합’ 광고/손성진 논설고문

[근대광고 엿보기] ‘광교기생조합’ 광고/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20-06-28 17:56
수정 2020-06-2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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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매일신보에 실린 광교기생조합 광고.
1914년 매일신보에 실린 광교기생조합 광고.
1914년 10월 28일 자 매일신보를 보면 ‘축신축낙성’(祝新築落成)이라는 부제가 붙은 ‘광교기생조합일동’이란 제목의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매일신보는 1914년 10월 17일 지금의 서울시청 자리에 새 사옥을 짓고 이전했는데 여러 축하광고 가운데 기생조합 광고가 들어있다. 조합의 주소는 ‘경성 무교정(町) 92번지’로 돼 있다.

관기(官妓) 제도가 완전히 폐지된 것은 1908년이다. 관기는 관청에 속하여 가무(歌舞), 기악(技樂) 따위를 하던 기생으로 접대여성보다는 예술인에 더 가까웠다. 소속을 잃은 기생들은 공연과 취업 등 활동을 위한 조직이 필요했고 그런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 기생조합이다. 최초의 기생조합은 1909년 유부기(有夫妓)들로 조직된 한성기생조합으로 유부기란 남편 격인 기둥서방이 있는 기생을 말한다. 1910년 4월 한성기생조합 기생들은 원각사에서 경성고아원 경비를 보조하기 위한 자선연주회를 열었고 그해 5월에는 일본박람회 때 23명이 도일(渡日)공연단을 구성해 한 달 동안 도쿄·오사카 등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1913년에는 지방 출신의 무부기(無夫妓) 향기(鄕妓)들이 모여 다동기생조합을 설립했다. 한성기생조합은 1912년까지만 존속하고 이듬해 이름을 바꾸었는데 바로 광교기생조합이다. 다동조합의 기생은 거의 평양 출신이고 광교조합은 주로 서울이나 남도 출신이었다고 한다.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 통영, 진주, 공주, 대구, 의주 등 지방에도 기생조합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된다. 이후 기생조합은 일본식 명칭인 ‘권번’으로 바뀌게 되는데 광교기생조합은 한성권번이 된다.

기생조합 소속 기생들의 활동은 공연과 접객이었다. 매일신보에는 ‘금일의 연예관’이라는 제목의 기생 공연 소식이 실렸다(1915년 9월 26일 자 등). 기생들은 요릿집에서도 일했다. 기생조합이나 권번에 등록된 기생들은 요릿집이나 손님의 요청을 받으면 그곳으로 가서 공연하고 손님들과 어울렸다. 기생조합은 요즘의 연예인을 키우고 관리하는 연예기획사와 유흥업소에 종업원을 공급하는 보도방을 합친 개념과 비슷했다. 기생조합은 광고를 내 홍보를 했고 자선공연이나 기부 등의 사회봉사 활동도 했다. 요릿집은 손님이 주는 이른바 화대에서 일부를 챙겼는데 그 비율을 놓고 요릿집과 기생조합의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평양의 요릿집이 화대에서 20%를 가지겠다고 하고 기생조합은 10%만 주겠다고 하여 알력이 생겼다는 기사가 있다(매일신보 1917년 3월 8일 자). 접객업에도 서양과 일본문화가 침투해 여급을 둔 카페들이 생겨나고 이때부터 기생문화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가무 재주보다 외모가 중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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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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