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사라 키르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사라 키르시

입력 2020-02-13 17:26
수정 2020-02-14 03: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사라 키르시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 기교를 부리지
말고 죽어라, 집을 무너뜨려라
망설이지 마라 나의 회색빛 돌고래는
저편 해안으로 헤엄쳐 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돌고래는 자기 앞으로 바다를 불어내었고, 갖은
재주를 피우며 헤엄쳤다 물결이 철썩였다
이제 돌고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해안은
소금딱지로 변했고 텅 비었고
돌고래를 잃어버렸다는 소문이다, 어느 누구도
이제 출구를 알지 못한다

-

사라 키르시는 분단 시절 동독의 시인이다. 분단의 아픔을 밝고 투명한 상상력의 언어로 노래했다. 독일이 한 몸이었을 때 돌고래는 끝없는 해안을 따라 헤엄쳐 갔다. 물살을 타는 몸짓은 자유로웠고 물을 뿜는 휘파람 소리는 아름다웠다. 파도의 집을 무너뜨리고, 기교를 부리지 않고 살아도 좋았다. 한순간 독일의 해안은 소금딱지로 변했고 돌고래의 춤은 사라졌다. 어느 누구도 출구를 알 수 없는 절망의 시간이 찾아온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렇다. 돌고래의 춤은 사라지고 사랑 잃은 허탈한 사람들이 반도의 좁은 땅 안에서 헛기침을 한다.

곽재구 시인
2020-02-14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