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의 대서울 이야기] 인천 가좌동에서 서울 교남동의 옛 모습을 만나다

[김시덕의 대서울 이야기] 인천 가좌동에서 서울 교남동의 옛 모습을 만나다

입력 2019-06-04 17:34
수정 2019-06-0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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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교수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교수
지난주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자리한 코스모40이라는 건물에서 열린 사진 전시회 ‘재개발’에 다녀왔다. 한국과 일본에서 대학교수를 하다가 학문의 자유를 위해 독립 학자가 된 로버트 파우저라는 한국어 교육 연구자가 찍은 사진들을 전시했다. 그는 2013~15년 사이에 서울 서대문구 교남동의 옛 마을이 재개발 대상이 돼 철거되는 모습을 찍었다.

교남동은 서울시 종로구 지역의 이름으로, 서울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의 북쪽이다. 조선시대에서 식민지시대에 걸쳐 번성한 지역들이 다 그렇듯이 이 일대에도 교남동, 평동, 홍파동, 무악동, 행촌동, 신문로2가 등 작은 동(洞)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왜 서울 교남동의 재개발 모습을 인천 가좌동의 건물에서 전시하고 있는 걸까?

코스모40은 이 지역에서 운영되던 코스모화학의 공장건물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시설이다. 조선시대 후기인 300여년 전부터 마을이 형성된 이곳 가좌동의 남쪽 바닷가를 현대 한국 들어서 매립한 결과 이곳에는 길고 가느다란 공업단지가 만들어졌고 코스모화학 공장단지도 들어섰다. 지금도 코스모40의 4층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크고 작은 공장들이 끝 간데없이 펼쳐져 있다.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공장은 혐오시설로 치부된다. 공장을 대도시의 변두리나 농촌 지역으로 옮기고 공장 부지를 오피스텔이나 고층아파트 단지로 바꾸는 것이 유행이다. 단일용도로 설정된 네모난 공장 부지는 큰 건물을 짓기에 편리하기 때문에 예전에 큰 공장이 많았던 서울시의 서남쪽 영등포구·구로구·금천구나 동북쪽 노원구·도봉구 등에는 오늘날 수많은 아파트 단지들이 있다.

이렇게 공장 부지를 아파트나 오피스텔 건설을 계획하는 회사에 매각하면 공장 소유주 측으로서도 큰 이익을 보겠지만, 최근 이 코스모40처럼 옛 공장의 내외부 모습을 그대로 남기면서 복합문화시설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얼마 전 논란이 일었던 목포시 조선내화주식회사 구 목포공장 부지와 같은 특이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공장 주변 시민들은 이런 방식의 활용을 환영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저 ‘재개발’ 사진전을 보러 코스모40이라는 건물에 간 것뿐이었지만, 코스모화학의 공장 건물을 복합문화시설로 훌륭하게 개조한 모습을 보고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부천의 옛 쓰레기 소각장 건물을 ‘부천아트벙커B39’로 개조한 사례와 함께, 21세기 들어 한국 시민들이 자신들의 현대사에 대해 조금은 더 애정을 품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파우저 선생이 찍은 사진 속 교남동 옛 마을이 모두 헐리고 고층아파트단지로 바뀌었음을 알기 때문에, 코스모화학 공장 건물에서 코스모40으로의 변화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서울시에서 일어난 재개발에 대한 기억을 전시하도록 허락한 인천 지역의 뜻 있는 분들께도 경의의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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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저 선생은 교남동과 무악동 옥바라지골목의 재개발 당시 모습을 찍은 몇몇 분과 단체 사진전도 계획하는데, 서울에서 열렸으면 좋겠다.
2019-06-05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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