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장애인들이 싫다는 수억원짜리 장애인 전수조사/이범수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장애인들이 싫다는 수억원짜리 장애인 전수조사/이범수 사회2부 기자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18-04-19 22:42
수정 2018-04-1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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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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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서울시는 ‘장애인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2016년 발달장애인 단체들이 서울시청 로비를 점거 농성한 게 계기가 됐다. 장애 유형별로 3년마다 전수조사를 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들어갔다. 두 달 뒤 시는 성인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 전수조사를 시작해 3개월간 진행했고,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로 홍보했다. 들어간 돈은 2억 5000만원이다.

시는 복지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현장에서는 전수조사의 실효성을 놓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분위기다. 조사를 진행한 자치구의 한 주무관은 “우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발달장애인 전체를 조사했는데도 40%밖에 만나지 못했다. 집에 없거나 조사를 꺼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만나더라도 중증인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단어 뜻을 하나씩 설명해야 할 정도였다. 사실상 부모 의견이 반영된 조사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동주민센터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보통 전수조사는 발달장애인들의 개인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동주민센터에서 진행한다. 최근 복지수요 증가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업무가 이미 많은 상황에서 3개월이란 짧은 시간 동안 지역을 전수조사하는 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는 집을 하나씩 방문해야 하는 조사 특성상 더욱 그렇다. “힘들게 찾아가더라도 사람들이 ‘너희는 맨날 조사만 하고 그게 끝’이라고 짜증을 내는 일이 잦다”고 한다.

시는 짧은 시간 안에 설문조사를 진행하느라 문항을 급하게 만드는 등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발달장애인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부모들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호소한다. 낮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집에만 있는 자녀들을 보며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서울시는 현재 추진 중인 평생교육센터 확충, 중증장애인의 자산 형성 ‘이룸통장’ 정책에 보다 집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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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se46@seoul.co.kr

2018-04-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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