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회면] 불량 식품 범람(2)

[그때의 사회면] 불량 식품 범람(2)

손성진 기자
입력 2017-08-20 22:34
수정 2017-08-2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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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살충제나 농약이 잔류한 식품은 건강을 해치는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므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 전 또는 그 이전에는 잔류 농약에 대한 기준이나 엄격한 법규가 없었기에 위해 식료품들이 넘쳐났지만 2017년의 살충제 달걀 파문은 시대착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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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는 잔류가 아니라 농약이나 살충제를 식료품 재료에 직접 뿌리기도 했으니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던 시절이었다. 유해 식품이 범람하자 그에 대한 대책으로 ‘보건범죄특별단속법’이 제정된 것은 1969년이었다. 1972년 2월 당시 서울시경이 부정식품 1331건을 단속했는데 별의별 사례가 다 있다. 톱밥에 공업용 색소를 입혀 만든 가짜 고춧가루를 3000가마니나 팔았다고 한다. 석회를 응고제로 쓴 두부 사례는 지난 회에 썼었다. 양잿물을 섞은 공업용 유지를 기름 대용으로 써 만든 빵, 검은 염색약을 바른 김, 공업용 소다를 발라 연하게 만든 로스구이, 밀가루· 석회·산토닌을 섞어 만든 회충약, 밀가루·기름·포스트용 물감으로 만든 미제 비타민 등 가짜 유해 식품과 약품이 단속에 걸렸다.

살충제를 피부약으로 팔아 실제로 이를 바른 아동이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난청과 시력장애, 뇌신경 파괴를 일으키는 ‘농약 콩나물’도 오랫동안 나돌아 시민의 건강을 해쳤다. 진짜 맥주 20%에 물과 주정, 방부제를 섞어 만든 가짜 맥주도 범람해 술꾼들에게 술 마신 다음날 아침 극심한 두통을 안겼다. 심지어 청계천 구정물에 양잿물을 섞어 만든 가짜 술이 ‘특주’로 둔갑해 주당들의 입으로 들어갔다. 썩지 말라고 농약을 뿌린 노가리도 나돌았는데 가짜 술과 같이 먹었다면 십중팔구 병원 신세를 졌을 것이다.

지금 중국에서 가짜 달걀이 나돌듯이 우리도 먹고살기 어렵던 때 허술한 단속망을 틈타 소비자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만들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건강을 해치는 가짜 식료품을 만들어 팔았다. 1966년엔 싸구려 탈지분유에 밀가루를 탄 가짜 분유 파동이 일어 아기 젖이 모자란 산모들을 분노에 떨게 했다.

또 무에 물감을 들인 가짜 파인애플, 우렁이를 넣은 가짜 소라 통조림 사건도 있었으니 소비자를 우롱해도 보통 우롱한 게 아니다. 가짜 된장, 고추장, 간장이 시중 유통제품의 28%나 되는 사실이 드러나고 폐유로 만든 참기름과 수은으로 재배한 콩나물이 적발돼 유해 식품 제조업자에게 최고 사형까지 선고하겠다고 한 때가 1988년 4월이었다. 그 뒤 30년이 흘러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에도 유해 식품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사진은 유해 식료품의 실태를 전한 1966년 3월 19일자 경향신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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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2017-08-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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