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수 樂山樂水] 모두 마녀가 될 건가

[김일수 樂山樂水] 모두 마녀가 될 건가

입력 2016-11-06 20:38
수정 2016-11-06 20:3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
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
어릴 적 춘궁기에 마을에선 가끔 도깨비에 홀려 길을 잃고 헤매다 돌아온 아낙들 얘기가 떠돌아다녔다. 극심한 허기를 견디다 못해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헛것을 보고 집을 나섰던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였다. 어둠은 도깨비들이 지배하는 세상 같았다. 어느덧 산업화가 진척되면서 마을에 전기가 들어왔고, 새로 개설된 철도를 따라 기차의 힘찬 고동소리가 어둠에 휩싸인 산골짜기의 새벽을 흔들어 깨웠다. 그 후론 도깨비가 사라졌다.

그런데 그 시절 마을에선 도깨비에 홀렸던 사람들을 이상한 눈초리로 째려보거나 배제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측은한 마음으로 그 아픈 이야기를 들어 주고 품어 주었다. 농사짓는 일은 애당초 혼자나 한 가족의 힘만으로 될 일이 아니란 걸 알았고, 품앗이 인력을 주고받으며 엮어 가는 농업에서 이웃의 인력 손실은 바로 자기 손실이라는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극한 춘궁기를 지나면서도 마을 사람들은 자신만의 살림을 산 것이 아니라 이웃의 핍절을 보살피면서 공동체의 살림을 함께 살아낸 것이다. 취락공동체는 이렇게 사랑과 정을 나누며 절대빈곤 속에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 왔다.

요즘 박근혜·최순실의 사적 인연을 통한 국정 농단 사태가 점점 드러나면서 우리는 극심한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국정의 위기요 나라의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북핵으로 인한 안보불안, 경제의 불안정에다 정치적인 대혼란마저 덮치고 나니, 이른바 위험 사회와 불안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 온 나라가 휩쓸려 가는 형국이다.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계도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언술을 쏟아내고 있다. 거칠게 언덕 아래로 달려가고는 있는데, 방향은 제대로 살펴보고 달리는지 사뭇 위태해 보인다.

너도나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말하지만,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탐욕과 무지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권 말기가 되기 무섭게 등장하는 권력 누수 현상과 측근의 스캔들, 바닥으로 추락하는 지지도를 우리는 늘 보아 오지 않았는가. 권력을 오남용했거나 권력에 빌붙어 사욕을 챙긴 인물들이 더 큰 문제가 아니었던가. 초유의 일이긴 하지만 검찰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비켜가서는 안 된다. 진실의 일단이 밝혀진 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불법의 무게가 중하다면 의회가 탄핵 절차를 밟는 게 정의를 세우기 위한 정치의 대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분노의 표출을 절제하고 대신 이성적인 방법으로 출구를 모색해 나갈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희대의 스캔들은 해외 언론들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고, 해외 동포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명예감정에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 부끄럽고 기가 막힐 사건임이 틀림없지만 정치권과 언론, 종교, 문화예술계, 촛불을 들고 선 거리의 시민들까지 이 문제를 풀어 가는 데 책임 있는 한 주체로서 어떤 품격을 보여 주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만약 폭력혁명이나 시민항쟁을 꿈꾸는 무리가 있다면 현 상황을 일방적으로 너무 겉핥기식으로 본 과잉감정의 자리에 빠져들지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윤수혁 서울시의원, 남산타운어린이집 인근 노후 데크 신속 보수 요청

서울시의회 윤수혁 의원(국민의힘, 중구2)은 남산타운어린이집 인근 노후 데크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와 관련해 현장을 살피고, 중구청에 신속한 보수와 철저한 안전관리를 요청했다. 이번 민원은 남산타운어린이집 학부모들이 파손된 데크로 인해 유모차 이동에 큰 불편을 겪고, 아이들의 보행 안전마저 위협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불거졌다. 문제가 된 시설은 남산타운문화체육센터 출입구 앞 데크로, 오랜 사용으로 인해 상판이 들뜨고 부서졌을 뿐만 아니라 하부 구조물까지 부식 및 변형이 진행된 상태다. 이 때문에 단순 부분 보수로는 근본적인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해당 구역은 서울시의 ‘안전취약 공공시설 보수·보강 지원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개선 공사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자치구가 집행하는 이번 사업을 통해 중구 관내 6개 시설에 총 9270만원이 투입된다. 이 중 남산타운문화체육센터에는 약 1493만원이 배정되어 데크 상판과 하부 골조를 전면 교체할 예정이며, 공사는 착공일로부터 7일간 진행될 계획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중구청에는 학부모들의 안전 우려를 전달하고 공사가 지체되지 않도록 조속한 시행을 요청했
thumbnail - 윤수혁 서울시의원, 남산타운어린이집 인근 노후 데크 신속 보수 요청

민주시민 사회는 극악한 범죄 혐의자라고 해서 형사절차적 인권을 박탈하거나 모욕을 퍼붓거나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이 최소한 품격 있는 사회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너나 할 것 없이 공분할 만한 충분한 근거는 있지만, 문제는 문제대로 법적 절차를 따라 냉정하게 풀어 나가는 것이 세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품격이다. 지금 우린 어떤가. 근대 초기 한때 서양사회에 풍미했던 어두운 마녀사냥의 광기에 이끌려 마녀 만들기에 광분하고 있지 않은지 차분히 주위를 성찰해 보자. 마치 마녀사냥에 나선 듯 극단적인 독설과 인격 살인을 불사하는 정치인들, 언론에 얼비치는 인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이 마녀를 닮아 가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런 불안사회의 와중에서 아직 침묵하는 잠재적 다수의 국민들은 패권에 쏠린 일단의 인사들, 대안 없이 상처만 후벼 파는 말쟁이들보다 불안을 해소해 줄 제3지대의 진중한 인물들에 대한 기대를 키워 가고 있음을 알라.
2016-11-07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