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북한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공조/최석영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북한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공조/최석영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입력 2016-06-12 23:20
수정 2016-06-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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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최석영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몇 해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고발하는 영화가 인권이사회 참석자에게 상영된 적이 있다. 한국의 독립영화 ‘48미터’였다. 48미터는 북한과 중국 사이를 흐르는 압록강의 최단거리지만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엄중한 공간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좁은 강폭을 건너지 못해 희생되고 탈출에 성공해도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결국 붙잡혀 강제 북송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탓이다. 그런데도 왜 가족과 고향을 버리고 목숨을 건 탈출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유엔은 지난 3년간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설치된 ‘북한인권사실조사위원회’(COI)는 국제납치, 정치범 수용 및 자의적 구금이 자행되고 자유권과 생존권이 심각하고 광범위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침해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과거에도 열악한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간헐적으로 보고되었지만 수많은 증언과 방대한 분량의 인권 침해 사례를 포괄적으로 정리한 것은 처음이었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의 고통은 물론 이산가족, 납북자 가족, 국군포로 가족들의 애환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국제사회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고 강력하게 대응했다. 인권이사회와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권고를 채택하고 인권 유린의 책임을 추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의제로 채택하여 논의했다. 작년 서울에 설치된 ‘유엔북한인권사무소’는 피해자 인터뷰와 청문회 등을 통해 북한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인권을 도외시하고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에 혈안이 된 북한을 겨냥한 강력한 제재를 취했다. 미 의회는 북한제재법안에 북한 인권 조항을 포함하여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와 인권 탄압에 연관된 책임자 명단을 파악하도록 했다. 시민단체들도 국제적인 연대를 구성하여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해 오고 있다.

우리 국회도 올해 3월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적 책무를 인정하고 남북 간 인권 대화, 인도적 지원, 북한 인권 실태조사 및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이산가족 문제는 시급한 과제다. 작년 10월에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참석자 대다수는 80대 고령이었다. 정식 신고된 이산가족 중 절반이 넘는 6만 4000여 명이 세상을 떠났다. 가족의 행방이나 생사를 알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이들의 고통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탄압의 책임자를 선별하고 처벌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압박과 인도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진실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탈출하여 도착한 한국이 자유와 풍요가 넘치는 것에 놀라고 안도했다’는 한 탈북 작가의 고백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탈북 주민들이 물질적인 지원을 받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냉대와 차별을 받고 정착에 애로를 겪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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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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