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원칙과 반칙/김동현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원칙과 반칙/김동현 사회2부 기자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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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9 18:02
수정 2015-02-0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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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사회2부 기자
김동현 사회2부 기자
‘읍참마속’(泣斬馬謖)과 ‘칠종칠금’(七縱七擒). 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고사다. 제갈량이 눈물을 머금고 재주 있고, 아끼는 마속을 베었다는 ‘읍참마속’은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갈량이 중국 남방을 정벌할 때 적장을 일곱 번 잡아 일곱 번 풀어 줬다는 ‘칠종칠금’은 관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 두 고사는 모두 제갈량과 관련된 것이다. 소설에서 제갈량은 탁월한 전략·전술가이지만, 역사서에서 제갈량은 훌륭한 행정가이자 정치가였다.

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이 두 가지 고사는 제갈량이 후대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를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원칙의 매서움은 자신을 향했고, 너그러움은 자신보다 약자를 향했다. 힘 있는 사람들에게 관대하고, 약자에게는 냉정한 우리 사회의 법 적용과도 많이 다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8월 직무와 연관성을 떠나 단돈 1000원이라도 서울시 공무원이 받는다면 징계나 처벌을 하겠다는 이른바 ‘박원순법’(서울시공무원행동강령)을 발표했다. 서울시 행정의 중요한 가치로 청렴을 내세운 것이다. 공권력과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다. 당시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시 관계자는 “의지의 문제”라고 답했다.

청렴에 대한 의지는 매서웠다. 서울시는 지난달 금품비리와 관련이 있는 직원을 중징계해 달라고 인사위원회에 요청했다. 해당 공무원은 민간업체 점검을 나갔다가 30만원을 현금으로 받아 챙겼다. “30만원을 수수한 것은 잘못이지만 해임이나 파면을 요청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일단 원칙에 대한 의지를 보여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역시 ‘의지’가 문제였다. 지난달 서울시는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과 1년 임시 계약을 했다. 시 감사관의 조사 결과 밝혀진 정 감독의 부적절한 행위는 지인 특채와 매니저 항공권 가족 유용, 대표 승인 없는 외부 공연, 불합격 단원과의 재계약 등 8건에 달한다.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오히려 계약 연장 전에 “정 감독 외에 대안이 없다”는 말로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스스로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비판 여론에 박 시장은 지난 2일 일본 출장 기간 중 가진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그동안 대안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혹시 적은 비용으로 (초빙할 수 있는) 더 훌륭한 지휘자가 있다면 알려 달라”고 말했다. 더 나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쓸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원칙에 예외가 생겼다. 그리고 그 예외의 논리는 ‘능력’이었다.

예외의 이유가 ‘능력’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낮고 능력이 특출나지 않은 이들의 부패는 엄하게 다스려질 것이고, 능력 있는 자들의 비위는 관대하게 다뤄질 것이다. 원칙이 ‘반칙’으로 바뀌는 것이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금품을 받은 사람을 징계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 원칙이 유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면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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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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