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동안 100번 감사하지요, 하지만…”
이 젊은이 구김이 없다. 밝고 활달하고 웃음도 많다.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하이킥)의 무뚝뚝하고 까탈스러운 ‘정준혁’과는 딴판이다. 인터뷰 도중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관해 말하며 감상에 젖는 구석도 있다. 배우 윤시윤(23)의 첫인상은 이랬다. 서울 삼성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최근 그를 만났다.
택시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려 보인다는 칭찬이 고맙지만 연기와 외모는 분명 다르다.”고 선을 긋는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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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꿈 접고 떠난 동해서 스카우트
윤시윤은 최근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하이킥의 주역이다. 고등학생 정준혁 역을 맡아 과외 선생(황정음), 가사 도우미(신세경)와 삼각 러브라인을 구성하며 하이킥 마니아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아무래도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게 된다. 그를 늦깎이 스타덤에 올려놓은 결정적 무기가 ‘절세동안(絶世童顔)’이기 때문이다.
그의 실제 나이는 23살이다. 하지만 교복을 입은 풋풋한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준혁의 삼촌 ‘이지훈’ 역을 맡고 있는 최다니엘과 동갑이기도 하다. “동안이라는 말, 백번이고 감사하죠. 하지만 연기와 외모는 분명 다른 거잖아요. 고등학생 역할을 위해서는 그저 어려 보이는 얼굴보다는 맑은 소년의 느낌이 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무진 말 속에 성숙함이 묻어난다. 언뜻 보면 ‘혜성같이 떠오른 신인’ 같지만 PC방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식당에서 음식 나르는 일까지 적잖이 몸고생, 마음고생을 했던 그다. “어릴 적부터 연기자가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연기학과(경기대)에 갔고요. 그런데 기회는 그리 쉽게 오지 않더라고요. 내 욕심만을 위해 가족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고민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기회는 포기하려는 순간 찾아왔다. 지난해 연기자의 꿈을 접고 친구들과 훌쩍 동해로 떠났다. 착잡한 표정으로 해변을 걷고 있는 그에게 기획사 관계자가 “연기에 관심 없느냐.”며 다가온 것이다.
●미니홈피 대신 책 집어드는 ‘문학 청년’
윤시윤의 연기 뿌리는 책이다. 수필집과 시집 등 문학을 무척 좋아한다. 바쁜 스케줄 속, 새우잠을 청할 시간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연기를 하고 난 뒤 책으로 제 내면을 깨끗이 닦아냅니다. 연기자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사유의 폭을 넓히면 그만큼 연기도 성숙될 수 있으니까요.”
최근엔 어릴 적 읽었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다시 꺼내들었다. ‘극 중에서 신세경을 짝사랑하는 고등학생의 감수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는 많은 연예인들이 홍보를 위해 운영하는 미니홈피를 마다한다. 인터넷에 한번 빠져들면 소중한 독서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삶의 가치를 배우는 데 우선권을 두고 싶단다. 짬을 내 글도 쓴다. “하루하루 느낀 점을 일기로 씁니다. 기록하면서 저 스스로를 다그치고 칭찬도 합니다.”
또래 젊은이들에 비해 진지한 느낌의 그는 배역을 대하는 태도도 사뭇 심각하다. “정준혁 캐릭터의 가장 큰 특징은 표정이 없다는 겁니다. 단지 행동으로 보여줄 뿐이죠. 투박한 행동, 하지만 고등학생 특유의 감수성이 묘하게 조화된 인물이 준혁입니다.”
그런 준혁이 사랑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가사 도우미에게 마음을 빼앗겼지만, 과외선생과도 미운 정이 깊이 들어버렸다. 연기에 더 큰 섬세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사랑을 하면서 얻는 성장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방향을 못 잡고 헤매고 있는데 정보석 선배께서 ‘캐릭터의 마음가짐을 100% 먹고 가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제 연기에 큰 이정표가 된 말입니다.”
연예인이 아니라 옆집 형 같은 연기자, 사람 냄새 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윤시윤. 꿈을 물었더니 바로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하이킥의 인기비결이 사람 냄새잖아요. 우리네 삶을 왜곡하지도, 억지웃음을 유도하지도 않는 그런 자연스러움이요. 이 시트콤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9-12-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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