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세 명의 대통령… 신선하지만 아쉽다
장진 감독의 신작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세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다. 국가 원수라는 베일을 들췄을 때 드러나는, 대통령의 인간적 고뇌와 번민에 초점을 맞춘다.임기 말년의 대통령 김정호(이순재)는 우연히 응모한 로또가 1등에 당첨된다. 당첨금은 자그마치 244억원. 그러나 입이 방정이라고 “당첨되면 모두 기부하겠다.”며 자신이 내뱉은 국민과의 약속이 속을 쓰라리게 한다. 뒤를 이어 대통령에 오른 이는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 차지욱(장동건)이다. 그는 화려한 화술과 매력 넘치는 카리스마로 독자적 외교 스타일을 선보인다. 그러다 진퇴양난에 처한다. 한 청년(박해일)이 제 아버지에게 신장을 떼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지지율이 걸린 일 앞에서 대통령은 고민에 빠진다.
차기 청와대 주인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한경자(고두심)다. 법무부 장관, 야당 당대표를 거친 그녀는 공적, 사적인 위치 모두에서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러나 남편 창면(임하룡)이 갑갑한 청와대 생활을 못 견디고 문제를 일으키다, 결국은 이혼을 선언하고 만다.
코미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화폭에는 ‘장진’식 붓터치가 그대로 살아있다.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아는 여자’ 등 전작들에서 익히 봤던 감독 특유의 입담과 유머가 보는 이를 반색하게 한다. 에피소드들도 신선하다.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가능할 법하지도, 설사 일어나더라도 일반 국민들은 접하지도 못할 사건들이 상상의 쾌감을 안겨준다. 이순재· 고두심의 노련한 연기, 장동건의 어깨 힘을 뺀 연기가 차례로 눈을 즐겁게 한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을 한꺼번에 떠나보낸 해이기도 하다. 장 감독은 “철저한 대중영화”라며 정치적 해석 시도를 경계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 대통령 및 정치인의 삶이 오버랩되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는 유쾌한 오락영화이되, 촌철살인의 풍자극은 되지 못했다. 시대의 ‘각성제’이기보다 ‘안정제’에 머물고 있는 이 영화는 그 정도에 스스로 만족하는 듯 보인다. 22일 개봉. 전체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9-10-2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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