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대표
이 제안은 몇몇 사람이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불쑥 나온 말이다. 대통령 1인체제가 아니라 국가원수(대통령)-총리라는 2인체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어떤 정부형태든 가능하도록 바꾼다는 전제하에서다.
그래서 이야기는 박근혜 전 대표는 누구와 짝짓기하면 좋을까로 이어졌다. 가상 시나리오는 당연했다. 첫째, 남자일 것, 둘째, 충청도나 전라도 출신일 것으로 귀착되었다. 이때 이상하게도 경기도나 강원도 출신은 크게 거론되지 않았다. 이 지역 출신들은 다소 섭섭하겠으나 우리에겐 역사적으로 워낙 해괴한 경험이 많았던 탓일 뿐이다. 예컨대 충청도 JP가 경상도 YS와 합쳐서 이겼고, 다음엔 전라도 DJ와 합쳐서 이겼던 경험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표는 어떤 남자와 짝짓기하면 이길까, 한참동안 열심히 표계산을 해보곤 했다.
이어서 누군가가 그러면 남자 후보들 입장에서도 검토해 보자고 했다. 정모씨? 김모씨? 이모씨? 이런 식으로 나열하면서 그들과 남녀 지역별로 짝짓기를 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여자 후보감이 너무 없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 여자들의 출신지역까지 따져 보자니 더욱 인물이 없었다.
이번엔 똑같은 짝짓기 방식을 야권에도 들이대 보았다. 지금 거론되는 대선후보들이 주로 남성이라면 그들은 여성후보와 짝짓기를 해야 했다. 특히 다른 지역의 여자를 찾아야 했다.
한참동안 이런 짝짓기를 해 보다가 좌중의 사람들은 한순간에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우리가 어쩌다 ‘이런 짓’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느냐는 것이었다. 타고난 남녀 성별이나 출신 지역은 바꾸려야 바꿀 수도 없다. 또 바꿀 필요성도 전혀 없다. 그런데 이런 것을 가지고 짝짓기를 해야 한다면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저질적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곧 반론이 나왔다. 이 같은 저질적 풍토(한 인사는 ‘거지 같은’이라고 표현했다)를 뜯어고치려면 이런 짝짓기를 몇 번이고 해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헌법부터 뜯어고치자고 했다.
방향은 명확했다. 국가최고봉사자를 권력분산형 2~3인 체제로 바꾸고 그들을 같은 당 출신의 러닝메이트로 뛰게 하는 것이다. 대통령제든 내각제든 이원정부제든 국가원수와 총리 사이에 균형적인 권력분점을 규정하는 것이다.
이유도 분명했다. 첫째, 우리 국민은 지금과 같은 대통령 1인체제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 사람의 원맨쇼가 얼마나 사고를 쳐왔는지 너무나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둘째, 성별·지역 등 태생적 요인들이 원초적 감정을 촉발해 저질원시사회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거지 같은’ 출생타령을 떨쳐버리고 좀더 차원 높은 이념·정책 경쟁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럼 이런 헌법개정이 이루어졌다고 치고 지금 거론되는 대선후보들을 멋대로 짝짓기 해보자. 경상도 남자 누구와 충청도나 전라도 여자 누구, 충청도 여자 누구와 경상도나 전라도 남자 누구…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이 오히려 성별·지역구도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몇차례 해 보면 그 다음엔 성별·지역 등 태생적 요인은 쑥 들어가고 좀더 차원높은 이념·정책 경쟁의 매니페스토 정치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짝짓기 잘하면 이긴다. 또 매니페스토정치가 된다.
강지원 변호사
2009-09-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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