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 아이들에게 후련한 카타르시스 주는 작품

심사평 - 아이들에게 후련한 카타르시스 주는 작품

입력 2009-01-06 00:00
수정 2009-01-0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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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아이들의 삶을 다루는 문학이다.지금 이곳에 사는 아이,작가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아이,상상의 산물이거나 의인화된 동물 혹은 사물이더라도 아이로서의 특성과 보편성을 획득한 캐릭터가 주인공인 문학이다.판타지라 할지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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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조대현(오른쪽)씨와 김서정씨가 동화 부문에 응모한 작품들을 심사하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동화작가 조대현(오른쪽)씨와 김서정씨가 동화 부문에 응모한 작품들을 심사하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올해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이 불러일으킨 생각이다.계몽적인 주제,시의적절한 소재,좋은 문장과 안정된 플롯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그 안에 아이의 삶이 들어 있지 않다면 그 작가의 동화관을 다시 가늠하게 된다.단 한 편으로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하는 신춘문예 응모작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빵집 앞’이 그런 경우다.능숙한 문장에,복선을 깔고 독자를 살짝 긴장시키면서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끌고 가다 환하고 따뜻한 결말을 보여주는 솜씨는 놀랍다.빵집 할아버지와 그 앞의 트럭 통닭 장사라는 캐릭터도 생생하고,주제는 감동적이다. 마치 오 헨리의 단편을 읽는 듯한데,바로 그 점이 아쉽다.동화답기보다는 소설 같은 것이다.

‘할머니의 선택’은 집안일에 매여 있다 독립을 선언하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할머니를 보는 아이의 관찰기이다.급속도로 진행되는 노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들의 삶에 대한 인식과 대우도 달라질 필요가 있으니 동화가 충분히 다룰 만한 소재이기는 하지만,단순한 관찰 보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삶과 어떻게 긴밀히 엮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모색도 따라야 할 것이다.

‘책 너머 세상’은 현재 우리 아이들의 삶이 첨예하게 그려진 작품이다.은밀하고 자유로워야 할 독서의 장이 컨베이어 벨트가 굉음을 쏟아내며 돌아가는 공장처럼 변하고 아이들은 마치 직공처럼 기계적으로 손을 놀려 독후감을 생산해내야 하는 독서지도 풍토에 대한 비판 정신과 풍자적 글쓰기가 반가웠다.독후감 쓰기에 괴로워해본 적 있는 아이들에게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을 듯하다.

아이들 현실에 대한 뼈아픈 인식과 도전정신이,약간 거친 문장과 어색한 결말이라는 아쉬움을 덮고 당선작으로 정하게 했다.문장을 정교하게 갈고 다듬는 연단의 기간을 갖기 권하며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조대현 김서정
2009-01-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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