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보(57~68) 흑57은 가장 현실적인 수이지만 차마 두기 힘든 점. 실리로만 본다면 귀의 백 한 점을 확실하게 잡아두어 실속이 있지만, 백58의 단수를 선수로 당한다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 특히 공격을 주무기로 삼는 유창혁 9단이 상대에게 이런 두터움을 허용한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물론 흑57을 <참고도1>과 같이 응수하면 백에게 A의 곳을 선수로 막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그림은 흑의 집이 실전보다는 훨씬 줄어든 모습. 즉,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노림을 간직하느냐, 아니면 노림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이득을 챙기느냐의 선택인데 유9단은 후자 쪽을 선택한 것이다. 흑61은 진작부터 염두에 두었던 공격의 급소. 여기서 백이 62로 자리를 잡은 것은 일종의 승부수와 같은 의미가 있다. 계속해서 흑이 63으로 퇴로를 봉쇄하더라도 안에서 충분히 두 눈을 만들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만일 백이 좀더 유연하게 둔다면 <참고도2> 백1과 같은 행마도 생각할 수 있다. 흑이 2로 백의 약점을 짼다면 백3으로 백 두 점을 가볍게 버린다. 평소 조한승 9단 같았으면 참고도2의 진행을 먼저 떠올렸을 법한데, 이 바둑에서는 백이 초반 포석 이후 좀더 고삐를 틀어쥐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흑이 67로 늘었을 때 아직은 불확실한 상변 대마를 방치한 채 백68로 하변의 경계를 한껏 넓힌 것도 백62와 비슷한 맥락. 만일 이대로 백집이 굳어진다면 하변에만 40집에 육박하는 대가가 형성된다. 흑으로서는 받드시 공격을 통해 대가를 얻어내야 할 입장이다.
최준원 comos5452@hotmail.com
2009-01-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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