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밥상] “세관만 잘 넘기면 국산 둔갑 하늘도 몰라”

[위협받는 밥상] “세관만 잘 넘기면 국산 둔갑 하늘도 몰라”

입력 2008-10-15 00:00
수정 2008-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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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3시 인천 제2여객터미널. 칭다오행 페리의 출발 시간(오후 5시)이 임박하자 다이궁들이 속속 터미널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수화물 탁송장과 터미널 안팎에서 페리에 실을 물품을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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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궁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선 사람들이다. 합법적으로 페리 승객들은 품목별로 5㎏이내로 제한된 총 중량 50㎏ 이하 수하물과 총 중량 20㎏의 휴대물을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위법사항인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거나 중량초과를 적발당하지 않으려고 대리 운반을 부탁하는 것은 다반사다. 짝퉁 물품 등 반입 금지 품목을 들여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출항과 함께 17시간의 여정이 시작됐다. 한국인 다이궁인 B씨는 “잘나갈 때는 돈 좀 만졌는데 지금은 위안(元)화가 오르고 원료 가격도 높아져 물건을 주는 곳이 없다.”면서 “1주일에 6일을 배에서 먹고 자면서 일하지만 한 달에 100만원 벌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한국 고추와 똑같아요. 사세요”

다음날 오전 8시, 페리는 목적지 칭다오 항구에 도착했다. 항구 주변에는 △△△무역,○○○상회 등 점포들이 밀집해 있었다. 칭다오에서 나가는 중국 농산물을 ‘수입국의 법에 저촉되지 않게’ 포장해주는 등 보따리상 도우미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칭다오 항구에서 승용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인 이촌시장을 찾았다. 한국인 관광객, 보따리상들이 많이 찾는 시장이다.

이곳에서 한국인들이 찾는 최고의 인기 품목은 고춧가루와 참기름. 상인은 한족이 대부분이지만 간단한 우리말은 구사했다. 고춧가루 상점에 들어서자 한 상인이 한국 반입 규정에 맞춘 규격(5㎏)으로 포장된 고춧가루와 참깨 등을 권했다.‘입도(立道)´와 ‘금탑´같은 중국 고추의 경우, 한국산과 유사해 구분이 쉽지 않다며 구입을 권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농협 산하 품목별 전국협의회에서도 중국산 고추와 국산 고추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장에는 한국어 간판이 걸린 참기름 가게도 있었다. 참기름은 500g에 18위안(3300원). 참기름 병을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주인이 가게 안에 설치된 참기름 짜는 기계 앞으로 데려가 방금 짠 참기름을 따라 준다. 한국인 등으로부터 진짜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던 듯싶다.

●중국산 농산물, 원산지 추적 사실상 불가능

다이궁 생활을 그만두고 칭다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P씨는 다이궁 수입농산물의 유해성에 대해 “이 곳에도 농약을 친 농산물을 파는데 외관이 깨끗하고 무농약 농산물보다 더 비싸다.”면서 “농약 값이 비싼데 저렴한 인건비 놔두고 누가 비싼 농약을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다이궁들은 농산물을 세관에 빼앗기지 않고 인천항에서 중간 수집상에 넘기면 그만”이라면서 “한국 내에서 중국산 농산물이 어떻게 유통되는지는 모른다. 국산으로 둔갑해도 알 길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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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산 저질 농산물에 대해서는 “이곳의 혐한론자들은 ‘한국이 싸구려만 골라 사다 먹고서 책임을 떠넘긴다.’고 분개한다.”면서 “중국산을 수입하는 다른 나라들은 왜 한국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9일 오전 9시. 인천항에 다가오자 다이궁들이 삼삼오오 배안 입국 대기선에 모였다. 한 여성 다이궁은 “깨를 사왔는데 타이밍을 잘못 맞췄다. 오늘 시세로 (수집상에게 넘겨봐야) 5㎏에 3000원 남는데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팔 것”이라며 말을 흐렸다. 다이궁들이 몰려 나오자 터미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형 밴들이 다이궁으로부터 건네받은 짐들을 받아 싣고 어디론가 떠났다.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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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영상 나우뉴스팀 손진호기자 nastru@seoul.co.kr
2008-10-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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