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외워지는 단어 천번이라도 써보세요”

“안 외워지는 단어 천번이라도 써보세요”

입력 2008-09-30 00:00
수정 2008-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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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말할 때마다 외국에 있는 기분이 들어요. 미처 제가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느낌이죠.” 영어교육업체인 확인영어사 신사업부 조현미(27·여) 대리는 영어로 말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조씨는 현지 외국 연구소와 자주 접촉하며 온라인 영어 콘텐츠를 제작·검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조씨에게 영어는 ‘생활’인 셈이다. 조씨가 영어의 ‘달인’에 이르기까지 그 비법을 들어봤다.

쉬운 단어는 없고 익숙한 단어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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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다양한 영어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조현미 대리.
창의적인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다양한 영어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조현미 대리.
“‘student’가 쉬운 단어라고 생각하세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만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쉬운 단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거죠.” 조씨에게 쉬운 단어란 없다. 단지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다고 얘기할 뿐이다.‘student’를 굳이 ‘학생’이라고 다시 되뇌이지 않고도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은 그만큼 많이 사용해 한국말처럼 익숙해졌기 때문이다.“우리도 갑자기 한국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그거 있잖아.’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죠. 그건 그 단어가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 것이 아니라 많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 그런 것입니다. 한국말도 그런데 영어야 오죽하겠어요.”

결국 ‘노력’이 관건이다. 조씨는 “머리가 좋지 않아서 단어가 외워지지 않는다.”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단언한다. 단어를 많이 사용하면 한국말처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조씨의 생각이다.“그렇다면 어떻게 단어를 ‘사용해야’ 할까요. 우리 여건에 단어를 사용할 곳을 찾기란 쉽지 않죠. 제가 찾은 대안은 ‘연습장에 쓰기’였습니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쓰면서 사용해 보세요. 그럼 어렵다고 생각한 단어도 쉬운 단어가 될 수 있어요.”

아이에게도 배울 게 있다

조씨도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어학연수 경험이 있다. 최근 ‘어학연수 거품론’도 일고 있지만 조씨는 이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영어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조씨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10개월간 ELS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조씨의 연수 방식은 남달랐다.“미국에 가보니 한국인이 정말 많았어요.‘영어를 위해서는 잠시나마 한국사람을 만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우선 조씨는 홈스테이를 선택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면 한국인과 자주 마주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외국인 가정에서 지내면 집에서도 자연스레 영어를 사용할 수 있게 돼 영어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 효과도 거뒀다. 교회에 다닌 것도 도움이 됐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예배가 끝난 뒤 열리는 ‘티타임’에서 외국인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조씨는 이 과정에서 ‘생활 속의 영어’를 몸소 배웠다고 말한다.

조씨는 아이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아이들에게 훨씬 많은 것을 배웠어요. 보통 아이들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듣기가 어렵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부정확한’ 발음을 익히면 정말 다양한 발음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결코 정통 미국인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다독(多讀)이 영어 달인의 지름길

영어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조씨가 느낀 점은 ‘요즘 아이들 영어 정말 잘한다.’는 것이었다. 조씨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영어를 이렇게 능통하게 구사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몽둥이를 들고 있는 선생님 앞에서 영어 단어를 외우는 학생들, 영어 문장 한 번 읽어보라는 선생님 말씀에 수줍어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모습은 이제는 보기 어렵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어릴 적부터 영어교육에 ‘몰입’하다 보니 문장을 강제적으로 ‘암기’하는 식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탓이다. 단기간에 실력 향상을 꾀하는 교육이 많아진 때문인지 무조건 외우고 훈련시키는 ‘기계식’ 훈련방법이 부쩍 늘었다는 생각도 든다.“이렇게 되면 아이들이 영어공부에 금방 질려요. 벌써부터 힘을 빼면 막상 영어 공부가 중요한 중·고등학교 때 영어공부에 매진할 수가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창의적으로 영어를 말할 수 있는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조씨의 바람이다. 조씨가 내놓고 있는 대안은 ‘다독(多讀)’이다.“물론 암기도 중요하죠. 암기를 통해 다양한 문장을 익히고 연습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영어도 언어라는 사실입니다.‘생각’이 뒷받침되지 않는 언어는 더이상 언어가 아니죠. 창작동화와 같이 쉬운 책부터 다양한 영어책을 읽으면서 영어로 사고하는 능력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딱딱하게 외운 것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독서만큼 좋은 게 없어요.”

글 이경원·사진 도준석기자 leekw@seoul.co.kr
2008-09-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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