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경제가 불안장애를 극복하려면

[염주영 칼럼] 경제가 불안장애를 극복하려면

입력 2008-09-11 00:00
수정 2008-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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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국민과의 대화’에서 항간의 ‘9월 경제위기설’을 진화하는 데에 적지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제에 어려움이 있긴 해도 위기는 없을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거듭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심리가 말끔히 걷힌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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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이사대우·멀티미디어 본부장
염주영 이사대우·멀티미디어 본부장
오늘이 바로 한국에서 제2의 외환위기가 시작된다는 날이다. 소위 ‘9·11 위기설’은 우리나라의 국고채에 투자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일시에 자금을 회수해 떠나고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위기를 맞는다는 내용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고금리 혜택을 포기하고 모두 떠나갈 리도 없지만, 설혹 그렇다 해도 2400억달러를 넘는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는 상황을 예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위기설’은 지난 한 주 한국의 금융시장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참 이상한 나라’라고 했을 것 같다. 도대체 하나의 시나리오라고 하기조차 부끄러운 어설픈 루머에 온 나라가 농락당하는 해괴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경제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 점이 필자가 우리 경제를 중증 불안장애(anxiety disorders) 환자로 보는 이유다.

불안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병이 된다. 정신과에서는 불안이 지나쳐 일상생활에 장애가 되면 불안장애로 진단한다. 이런 환자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은 이렇다. 닥치지도 않은 위험을 크게 걱정한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이 잘 대처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또 주위에서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 그 결과 조그만 일도 크게 걱정하고, 최악의 사태만 상상한다. 지금 우리 경제가 딱 그 꼴이다. 경제의 극심한 불안장애는 어디에서 연유하는 걸까.

정신과 의사들은 불안장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뇌의 과부하’를 꼽는다. 강박관념 등이 뇌에 과부하를 낳고, 심장에 부담을 주어 불안장애를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이럴 때에는 ‘뇌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과도한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려면 휴식과 안정이 필요하다.

경제주체들이 안정을 되찾게 하려면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경제에 걸린 과부하를 덜어주어야 한다. 고도성장과 차별화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MB정부는 이 두가지 강박관념으로 스스로를 희생하고 있다.‘목표는 낮게, 공감대는 넓게’ 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상황은 목표가 지나치게 높은 반면, 방법론에 대한 공감대가 협소하다. 개방·참여·공유를 모토로 하는 웹 2.0 시대에는 불도저 리더십보다 설득의 리더십이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시장주의의 본질은 시장 자율이다. 시장경제를 꽃피우려면 정부 개입이 최소한으로 억제되어야 한다는 말은 이명박 정부에도 해당된다.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고는 시장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란 점도 유의해 주기 바란다.

국민들도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기대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경제란 어느 날 죽었다가 별안간 되살아나기도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세계가 다 어려운데 우리만 유아독존 식으로 잘 나갈 수는 없는 것이 글로벌 경제의 특징이다.

이사대우 멀티미디어 본부장 yeomjs@seoul.co.kr
2008-09-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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