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교육정책은 수월성과 평준화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보다 ‘똑똑하고 정의로운’ 국민을 ‘더 많이’ 배출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제도를 통해 이 두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현실화할 것인가 하는 것은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만 하는 중요 과제가 된다. 공교육과 사교육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국제중학교 설립이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이 될까?
국제적인 인재란 폭넓은 인문 교양과 수리·과학적 기초 역량을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인재를 길러내는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 바로 독서·논술·토론, 즉 많이 읽고 쓰고 말하게 하여 주체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워 주는 것이다.
현재의 공교육이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은 국민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힘써야 할 세 가지 핵심 사항이 있다.
교육정책 관련 연구인원을 늘려 과학적인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그것을 실현할 양질의 교육자 양성 시스템을 정비하며, 학급당 학생 인원을 대폭 줄여 밀착교육이 가능한 학습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국제적인 인재양성은 학부모 개인이나 소규모 교육기관이 담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재정을 많이 투여할 각오와 합의가 되어 있어야만 가능한 이상이다. 교육 선진국은 이런 노력과 투자를 우리보다 먼저, 길게 내다 보고 실천한 나라들이다.
그럼 국제중학교는 어떤가.
먼저 설립취지가 별로 ‘국제적’이지 않다. 국제중학교 신청을 낸 학교와 이를 허가한 교육담당자에게 묻고 싶다.
어떤 커리큘럼을 어떤 교육방식으로 어떤 수준의 교사가 가르칠 것인가? 이러한 핵심 사안에 대한 정보는 매우 허술해 보이는데 다만 영어로 가르친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영어를 잘 하는 것이 곧 국제적 인재의 핵심 능력이라면 모든 영어사용자는 전부 국제적인 인물들인가?프랑스 중국 독일 러시아의 석학들은 비국제적 인물들인가? ‘국제적’이라기보다는 매우 ‘국내적’인 외고진학 대비기관 혹은 유학 준비기관으로 보이고, 학교라기보다는 ‘영어학원’에 가까워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조건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아 보이는데 국제적인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나서니 인재 양성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이거나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선발 방식이 추첨제여서 사교육 시장 확대와 관련이 없다는 말은 정말 놀라울 뿐이다. 이 문제는 다음 호에서 아주 꼼꼼히 다루어 보겠다.
김영준 EBS 언어논술 강사·국어논술 전문학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