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영화] 키다리 아저씨

[일요영화] 키다리 아저씨

강아연 기자
입력 2008-08-23 00:00
수정 2008-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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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KBS2 특선영화 밤 1시5분) 영미(하지원)는 고아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하지만 밝고 착하게 자란 영미는 누군가의 후원으로 대학까지 별 탈없이 졸업한다.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그 ‘아저씨’는 4년간 대학 등록금을 대준 것뿐만이 아니라, 그토록 꿈꾸던 방송작가가 될 수 있도록 영미를 도와 준다.

영미는 방송국에서 우연히 만난 자료실 직원 준호(연정훈)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준호는 따뜻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베일에 싸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남자다. 방송국 안에서 자주 마주치면서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영미는 자신의 집 옛주인이 남기고 간 컴퓨터에서 ‘보내지 못한 편지’라는 이메일을 발견한다. 내용인즉,10년 동안의 짝사랑을 고백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죽어가는 슬픈 사랑 이야기다. 가슴아픈 사연들을 읽은 영미는 그 사랑이 꼭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 줘야겠노라고 마음 먹는다.

영화 ‘키다리 아저씨’(감독 공정식)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를 향한 영미의 환상을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이메일 속의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녹아 있는 독특한 구조다. 고아와 익명의 후원자라는 드라마의 소재는 진 웹스터의 동명 명작소설에서 따왔다.

감성적이고 복합적인 감정의 뉘앙스를 무난히 살려내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개봉 당시 영화는 큰 호응을 얻어내진 못했다. 영화평론가 홍성진 씨는 “여성관객의 취향에 정조준한 영화였으나, 기억상실과 불치병이라는 식상한 소재가 한계였다.”고 분석했다. 주인공의 캐릭터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었다는 대목도 흠으로 읽힌다. 모르는 사람의 도움으로 대학을 다니고 직장과 집을 얻었으면서도 그 사실에 한번도 의문을 품지 않는 극중 영미는 고전 원작의 캐릭터보다 오히려 한참 더 퇴보한 수동형 인물로 꼬집힐 만하다.

하지만 촉촉히 감성을 건드려 주는 부담없는 팝콘무비를 원한다면 손색없는 영화다. 녹아내릴 듯 달콤한 솜사탕의 뒷맛, 핑크빛 판타지를 만끽하고 싶다면 모자람이 없다. 원작과 꼼꼼히 비교하며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순수의 절정을 보여 주는 배우 하지원의 매력, 조연으로 드라마에 양념을 뿌리는 신이·정준하의 감칠맛 연기도 즐거움을 더한다.110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8-08-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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