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성적표 金3개 불과 金1개이상 15국 ‘평준화’
올림픽 종목 중 가장 많은 47개의 금메달 가운데 19일까지 23개의 금메달이 주인을 찾은 육상의 중간결산을 한다면 미국의 답보 또는 후퇴, 각국 전력의 평준화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육상강국 미국’이란 표현은 약간 부풀려진 것이다.2000년 시드니올림픽 육상에서 미국이 따낸 금메달은 6개,4년 뒤 아테네에선 8개에 불과했다. 전체 금메달의 4분의1이 안 되는데도 팬들은 육상 경기만 열리면 미국이 메달을 싹쓸이하는 것으로 여긴다.100m와 200m,400m 계주 등 이른바 ‘스프린트 트리플’이 주는 실체 이상의 후광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1만m를 비롯한 장거리는 케냐 등 아프리카세에 자리를 내줬다. 필드에서도 미국은 항상 동구권을 비롯한 유럽세와의 경쟁에 시달려왔다. 이번 대회 들어 이런 흐름은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스프린트 트리플에서 미국은 남녀 통틀어 금메달 6개 중 하나도 챙기지 못할 위기에 몰려 있다.21일 밤 제레미 워리너(24)와 라숀 메리트(22·이상 미국)가 맞붙는 남자 400m 결선에서 겨우 체면치레를 할 금메달 하나가 기대될 정도.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자메이카 등이 미국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 것에 견줘 미국은 세계 최강이란 자부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대표팀을 이끌 정신적 지주의 부재도 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처럼 동료들의 정신적 부담을 덜어줄 확실한 리더 역할을 해야 할 타이슨 가이(26·미국)가 부상으로 200m에는 출전조차 못 하는 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로는 귀화 등으로 각국 전력이 평준화된 점을 들 수 있다. 모로코 출신 라시드 람지(28)가 남자 1500m에서 새 조국 바레인에 올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19일까지 육상에서 금메달을 1개 이상 챙긴 나라는 카메룬, 파나마 등 15개국에 이른다. 메달을 1개 이상 건진 나라도 28개국이나 된다. 러시아가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를 앞세워 육상에서 가장 많은 4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2008-08-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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